양현미 세계이통사업자협회 CSO 경고.."카카오 사태, 유럽서도 우려"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양현미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 최고전략책임자(CSO)가 데이터 트래픽으로 인한 네트워크 블랙아웃(다운)을 경고했다. 국내 이동통신 시장의 뜨거운 감자인 망 중립성 논란과 맞물려 눈길을 끈다.
영국 GSMA 본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양 CSO는 19일 본지와 전화인터뷰에서 "유럽에서 일어난 네트워크 블랙아웃은 한국 통신사에서도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블랙아웃은 과도한 트래픽으로 네트워크 망이 멈춰서는 것을 말한다.
그는 "지난 14일 영국 통신사 O2의 네트워크가 24시간동안 다운됐고 지난주엔 프랑스 오렌지가 9시간 동안 블랙아웃 됐다"며 "올 초에도 일본 NTT도코모도 수차례 다운되는 등 스마트폰(데이터) 사용률이 높은 세계 곳곳의 통신사 네트워크가 멈춰서는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도 KT가 2009년 말 아이폰 도입 후 가입자가 급증하면서 서비스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었다. 양 CSO는 당시 KT 개인고객전략본부 본부장이었다.
이같은 블랙아웃을 막기 위해서는 통신사들이 콘텐츠 사업자(CP)의 트래픽을 제한하는 것을 넘어 대가를 받는 구조로 가야 한다는 것이 양 CSO의 주장이다. 그는 "GSMA에서도 네트워크 블랙아웃에 대한 우려가 크다"면서 "일각에서는 유투브와 같이 많은 트래픽을 발생하는 해비유저들이 망 투자를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유럽 통신사들은 구글ㆍ애플ㆍ페이스북이 과다 트래픽을 유발시켜 망 과부하를 초래했다는 이유로 트래픽량에 기반한 도매요금 부과를 허용해달라고 유럽공동체(EC)에 요구하고 있다.
양 CSO는 국내에서 불거진 카카오 발 망중립성 논란에 대해서도 각별한 관심을 내비쳤다. GSMA에서는 카카오의 보이스톡을 주제로 한 사례 발표도 한차례 진행됐다. 그는 "유럽 이동통신사들은 보이스톡 사례를 보면서 우리도 저렇게 되면 어떻게 하나 굉장히 우려하고 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양 CSO는 영국에서 이동통신 서비스를 체험한 사례를 언급하며 한국의 이동통신 수준이 세계적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영국은 지하철만 타면 전화가 끊어질 정도로 망 수준이 엉망이다"며 "우리나라는 기업들이 망 투자에 수조원씩 투자하는데도 해비유저를 제한하면 안 된다는 논란이 일고 있어 GSMA가 대단히 의아스럽게 여긴다"고 꼬집었다.
양 CSO는 "LTE 서비스가 대중화되면 대용량 멀티미디어 콘텐츠들이 점점 많아질 것"이라며 "소수의 해비유저나 사업자들로 인해 다수 이용자들이 피해를 보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양 CSO는 지난 5월 동양인 최초로 GSMA 임원으로 선임돼 화제를 낳았다. GSMA는 전 세계 800여개의 통신사들이 가입한 세계 최대의 통신사업자 모임이다.
심나영 기자 s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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