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 올해 미국 최대 쇼핑 ‘대목’인 연말 홀리데이 시즌에서 어린이들이 가장 받고 싶어하는 선물은 ‘태블릿’이다. 바비인형이나 장난감 트럭 등을 만들어 온 기존 완구제조업체들은 아마존의 ‘킨들파이어’, 애플의 ‘아이패드 미니’에 밀려 전례없는 위기에 직면했다.
23일(현지시간) 영국 경제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세 살짜리 어린이들의 마음까지 태블릿에 완전히 사로잡혔다면서 시장 애널리스트들을 인용해 올해를 기점으로 완구시장의 트렌드가 완전히 바뀔 것이라고 보도했다.
투자은행 니덤앤컴퍼니의 션 맥고원 리서치담당자는 “완구업체 양대산맥인 마텔(Mattel)과 하스브로(Hasbro)는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으려 하지만 시장흐름의 변화를 목도하고 바짝 긴장한 상태”라고 말했다. 양대 업체 모두 트렌드 변화를 감지하고 있지만 새로운 환경에 신속히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다.
마텔은 수십년간 여자 어린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바비’ 인형의 제조사다. 하지만 올해 마텔에서 가장 많이 팔린 상품은 다름아닌 스마트폰 케이스였다. ‘모노폴리’나 ‘스크러블’ 같은 보드게임이 주력인 하스브로는 ‘징가’의 페이스북 게임 등에 압도당하고 있다.
매출기준 완구업계 최대 업체인 마텔의 4분기 매출 전망은 22억9000만달러, 하스브로는 14억1000만달러다. 하지만 이 기대치를 맞출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올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두 업체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감소했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올해 4분기 완구시장 업체들의 매출 전망치까지 하향 조정했다.
완구·보드게임 업계들의 위기는 단순히 주력 상품이 대체당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다. 어린이들의 여가시간 실태조사에서 모바일 전자기기를 사용하는 시간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어린이들이 완구를 아예 외면하고 대신 스마트폰·태블릿을 이용해 게임이나 온라인 콘텐츠를 즐기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쓰던 태블릿을 신형으로 교체하고 남은 구형을 아이들에게 넘겨주는 부모들도 많다.
온라인게임업체 ‘파이팅마이몬스터’의 투자자인 딜런 콜린스는 “10세 아래 아이가 있는 가정이면 어김없이 태블릿이 있다”면서 “태블릿이 최고의 ‘베이비시터’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마텔은 지난 1980년 비디오 게임이 등장하자 거의 파산 직전까지 간 적도 있다. 시대의 변화에 발맞추지 못하면 이는 또다시 되풀이될 수 있다. 하스브로의 존 프라스코티 최고마케팅책임자는 “오늘날 젊은 세대는 디지털 플랫폼에 대한 기대와 적성을 가진 세대이며 우리는 이를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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