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등 참정권 행사 어려움 둥 복합적 요인
[아시아경제 김영빈 기자] 인천은 왜 선거 때마다 투표율이 최하위권일까?
인천이 제18대 대통령선거에서 투표율 꼴찌는 벗어났으나 여전히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2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잠정집계에 따르면 인천의 투표율은 전국 평균 75.8%보다 1.8%포인트 낮은 74.0%로 17개 시ㆍ도 중 14위를 기록했다.
투표율이 인천보다 낮은 곳은 충남(72.9%), 제주(73.3%), 강원(73.8%) 뿐이다.
인천은 각종 선거 때마다 투표율이 상대적으로 극히 낮아 '투표율 만년 꼴찌 도시'라는 불명예를 안아왔다.
16대 대선(2002년)과 17대 대선(2007년)은 물론 18대 총선(2008년)과 19대 총선(2012년), 1~4회 지방선거(1995~2006년)에서 투표율 전국 꼴찌였다.
이처럼 각종 선거에서 인천의 투표율이 유독 저조한 데에는 여러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우선 타 지역 출신이 많아 정체성이 모호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돼 왔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타 지역으로 출퇴근하는 인구가 많고 영세기업과 중소기업이 집중되면서 '먹고 사는' 데 발목이 잡히는 것이 낮은 투표율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지방선거와 총선의 경우 지역 정체성 문제가 설득력을 갖지만 대선에서의 낮은 투표율은 영세업체 직원과 비정규직 등 소외계층의 참정권 보장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대선 기간에 인천 지역을 관할하는 중부고용노동청에는 사업주가 투표 참여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신고가 9건 가량 들어왔다.
중부고용노동청은 대부분 시정 조치됐다고 밝히고 있으나 정치적으로 소외된 비정규직 등이 이러한 제도를 잘 모르고 실제 신고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생업에 발목을 잡혀 투표에 참여하지 못하는 노동자는 상당수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먹고 사는' 문제를 좌우하는 중요한 선거에 오히려 생계 때문에 투표를 포기하거나 하지 못하는 역설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송영길 시장도 대선을 앞두고 시정일기 등을 통해 투표시간 연장 무산을 비판하면서 "(투표율을 높이려면)기업인들, 고용주들의 배려가 필요하다.
공무원들은 쉴지 몰라도 일반 사기업이 다 쉬는 것은 아니고 비정규직을 비롯해 다양한 형태의 노동을 하고 사는 사람들은 하루 일을 마치고 저녁이 되어서야 투표할 수 있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인천을 넘어서 전국적으로 투표율을 높이려면 참정권의 중요성에 대한 시민 스스로의 자각과 더불어 이를 행사하는 데 현실적인 제약을 받는 정치적 소외계층을 위해 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투표권 보장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한편으론 수도권과 대도시의 투표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일반적 현상과 지역 특성이 겹쳐 투표율 만년 꼴찌라는 오명을 벗어나지 못했던 인천이 이번 대선에서 그나마 14위를 기록한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지역 현안과 관련해 '인천 홀대론'이 대두되는 가운데 높아진 투표율은 시민들의 정치적 자각이라는 측면과 함께 인천의 정치적 발언권을 키울 수 있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김영빈 기자 jalbin2@
김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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