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충훈 기자]연이은 폭설에 한파까지 겹쳐 길이 온통 얼었다. 바닥이 울퉁불퉁한 등산화를 신어도 시원찮은데 신사화, 힐을 신고 출근하는 직장인들은 마냥 빙판길이 불안하다. 그렇다면 수십, 수백년전 세계인의 조상들은 어떤 신발로 겨울을 났을까?
러시아에선 '밸린키(Valenki)'라는 펠트천으로 만든 신발을 신었다. 발린키라는 말은 러시아어로 '펠트로 만들었다'는 뜻이다. 물에 젖거나 미끄러지는 걸 막기 위해 신발 머리부분에는 고무로 만든 덧신을 신었다. 20세기 후반까지도 밸린키는 수많은 러시아인들의 겨울 필수품이었다. 맹추위가 몰아닥치는데다 눈이 잘 녹지않고 건조한 러시아 땅에서 따스한 양모 펠트천으로 만든 밸린키는 큰 인기를 끌었다.
1912년 발간된 러시아 통계 연감에 따르면 밸린키는 18세기에 본격적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해 처음에는 부유층의 전유물이었으나 점차 보편화됐다. 러시아군인들은 설원을 돌아다니기 위해 밸린키를 신은데다 스키를 장착했다. 러시아인의 발을 보호해주던 밸린키의 쇠락은 '지구 온난화'와 함께 왔다. 최근 몇 십년간 중앙 러시아의 기후가 예전보다 따뜻해졌기 때문에 눈이 녹아 땅이 질척해졌기 때문이다.
설피(雪皮)는 눈이 많이 오는 지역에서 눈에 빠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신는 덧신이다. 다래덤불이나 노간주 나무, 물푸레 나무가 설피의 주요 소재다. 억센 나무를 불에 살짝 그을려 휜 다음 덤불이나 질긴 곰가죽끈을 그 둘레에 둘러쳐 만든다. 완성품은 배드민턴 채 모양과도 유사하다. 설피는 최근까지도 산악 전문가들이 설산 등반용으로 현지에서 직접 만들어 신는다.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소가 펴낸 '한국민속대관'에 따르면 설피는 한국, 일본 뿐 아니라 북극의 에스키모와 북미 원주민들도 이용했다고 한다. 각 지역에 내리는 눈의 조직과 땅의 젖은 정도에 따라 여러 모양의 설피가 만들어졌다.
북유럽인(nordic)은 신발 대신 긴 막대기를 걷기 보조 수단으로 활용해왔다. '북유럽인들의 걷기 방식'이라는 뜻의 '노르딕 워킹'은 이를 응용한 운동방법으로 양 손에 쥔 긴 막대기 바닥을 찍으며 걷는다. '노르딕 워킹'은 1920년에 핀란드에서 개발됐다. 크로스컨트리 스키 선수들이 눈이 오지 않는 때에도 훈련을 하기 위해 고안한 것이다. '노르딕 워킹'은 심혈관 강화, 다이어트 효과 등 건강에 좋다 하여 국내에도 동아리와 운동교실을 통해 활발히 전파되고 있다.
이외에 에스키모(이뉴잇족)나 알류산 열도 등 알레스카 원주민들은 카리부 사슴이나 바다표범의 가죽으로 만든 신을 신었다. 바다표범의 내장이나 개의 머리, 늑대털로 장식을 만들어 달기도 했다.
그렇다면 현재에도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게 있을까? 생활정보 사이트 이하우닷컴(eHow.com)에 따르면 집에서도 충분히 조상들이 사용해왔던 징박힌 덧신 '아이스 그리퍼스(ice grippers)'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평소 잘 안신거나 버릴 예정인 신발, 신발창 두께보다 짧은 나사못을 준비한다. 창두께의 절반정도 길이가 적당하다. 신발창이 얇다면 6mm 정도가 좋다.
2. 신발 앞쪽 바닥에 맨먼저 닿는 부분과 뒤꿈치 부분에 나란히 3개씩 나사를 위치시킨다.
3. 나사머리가 바닥 밑 고무에 닿을 때까지 드라이버로 나사를 조인다. 너무 단단히 박지는 말것. 젤 패드가 내장된 운동화에는 이 방법을 사용하지 말 것.
박충훈 기자 parkjov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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