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코오롱그룹이 최근 단행한 올해 정기인사에서 차장으로 입사한 여성이 10년만에 CEO자리에 올라 주목을 받았다. 이수영 전무(44)가 그 주인공이다.
국민들은 1954년에 창업한 코오롱그룹에서 첫 여성 CEO가 나온 점에 관심을 보였다. 코오롱그룹도 인사 관련 보도자료를 내면서 여성인력 중용과 맥을 함께 하고 있다는 설명을 했다. 여성을 배려했다는 뉘앙스다.
그러나 코오롱 직원들의 시각은 다르다. 그가 여성이어서 CEO자리에 오른 것이 아니라 CEO로서 자질을 갖췄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그는 2003년 코오롱그룹 웰니스TF에 차장으로 합류한 후, 웰빙 관련 사업 기획에 주도적으로 참여해왔다. 2005년도에는 차장에서 부장을 건너뛰고 상무보로 2단계 승진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이후 그룹 경영전략본부에서 전략사업팀장을 맡아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조정해왔으며 2007년 코오롱그룹이 환경시설관리공사를 인수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후 코오롱워터앤에너지(옛 환경시설관리공사) 전략사업본부장을 맡아오며 사업의 성장을 주도해왔다.
기업들의 정기인사가 진행중인 가운데 여성 채용이 활발해지면서 여성들의 약진에 대한 관심도 어느때보다도 고조되고 있다. 대부분이 업무능력 대신 여성이라는 점에 방점을 찍고 있다.
여성의 임원승진을 바라보는 시각엔 여전히 차별이 담겨있는 게 현실이다. 당장 승진자의 능력보다는 소수자에 대한 배려를 우선시한 해석 자체가 이중적 잣대인 셈이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고위직은 여성에게 유리천장(보이지 않는 차별 장벽)이란 의미이기도 하다.
통계를 보면 이같은 현상은 더욱 명확하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국내 1000대 기업 중 여성 CEO가 경영하는 기업은 9곳에 그쳤다. 특히 이 중 오너경영인이 아닌 여성 전문경영인이 맡고 있는 기업은 3곳에 불과했다. 세계 10위권인 우리나라의 경제력에 비해 여성 경영인의 비중이 아주 미약한 셈이다. 포춘지가 올 11월 현재를 기준으로 조사한 전세계 매출액 기준 1000대 기업 가운데 여성 CEO가 40명에 달했던 것과는 비교된다. 위로 올라갈수록 성에 대한 차별이 뿌리깊다는 얘기가 이래서 나오는 것이다.
최근 만난 대기업에 근무하는 여성임원 K씨의 말이 귓가에 맴돈다. "남성과 차이는 있더라도 차별은 하지 말아야죠. 여성이 아닌 능력으로만 인정받는 시대가 와야 합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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