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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에겐 '역전 스토리'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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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에겐 '역전 스토리'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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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축구는 재밌다. 수백 가지 이유를 들 수 있지만 그래도 굳이 하나를 굳이 꼽는다면? '1점'을 내기가 굉장히 어렵다는 점이 떠오른다. 골은 90분간 부단한 노력과 시도의 응결체다. 자연스레 골에 대한 카타르시스는 그 어떤 종목보다 강하다. 역전승이 주는 환희는 두말할 필요도 없다.


축구가 그렇기에 그 안에서 뛰는 축구선수도 마찬가지다. 기적같은 역전승이 주는 짜릿함처럼, 불굴의 인생역전은 감동을 건넨다. 3일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2012 현대오일뱅크 K리그 대상 시상식. 황진성(포항), 정인환(인천), 김창수(부산) 등 세 명에겐 평생 잊지 못할 시공간이었다. 생애 첫 시즌 베스트11의 영광이 그들을 찾아왔다.

이들 모두 짧게는 7년차, 길게는 10년차의 중고참급 선수들이다. 오랜 인고의 세월이었다. 노력만큼 결과가 따라주지 않았고, 스포트라이트는 늘 다른 이의 몫이었다. 마치 마냥 두드린다고 골이 나지 않는 축구처럼.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뛰었다. 마침내 품에 안은 트로피는 지난 세월 흘린 땀의 응결체였다.


그들에겐 '역전 스토리'가 있었다

황진성 "이 자리에 서는데 10년이 걸렸네요"


2003년 포철공고 졸업과 동시 프로에 데뷔한 황진성의 별명은 '유망주'였다. 19살 신예는 K리그 전체에서도 손꼽힐만한 탁월한 왼발과 테크닉을 자랑했다. 데뷔 첫해 19경기 1골 5도움으로 알토란 같은 활약도 펼쳤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발전 속도는 더뎠고, 어느덧 그의 별명 앞에는 '만년'이란 단어가 붙었다. 그로 인한 압박감마저 황진성을 무겁게 짓눌렀다.


이를 악 물었다. 불리한 체격조건과 약한 체력을 보완하기 위해 싫어하던 웨이트 트레이닝을 단 하루도 쉬지 않았다. 운동장에선 독기를 품고 뛰었다.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2009년 결혼한 아내의 응원은 가장 큰 힘이 됐다. 결국 노력은 재능과 결합해 올 시즌 꽃망울을 틔웠다. K리그 41경기 12골 8도움에 통산 40(골)-40(도움) 클럽에 가입했고, 주간MVP에는 무려 5번이나 뽑혔다. 포항의 FA컵 우승에도 혁혁한 공을 세웠다. A대표팀에도 발탁됐다.


덕분에 그는 84.5%라는 압도적 지지를 받으며 시즌 베스트11에 선정됐다. 시상식 무대에 오른 황진성의 표정엔 만감이 스쳐 지났다. 그는 "이 자리에 서기까지 10년이 걸렸다"라며 "그동안 열심히 노력한 보람이 있다"라고 웃어보였다. 시상식이 끝난 뒤에는 "지난해 처음 참석한 시상식에서 빈손으로 돌아갔는데, 이번에 상을 받으니 그동안 고생한 기억 탓에 가슴이 뭉클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내년엔 50(골)-50(도움)에 도전하는 등 포항에서 더 많은 성과를 내고 싶다"란 각오를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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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환 "축구를 그만두겠다는 생각까지 했었어요"


K리그 데뷔 7년 만에 처음 시상식 무대를 밟았다. 뿐만 아니라 올 시즌 최고의 열 한명에 선정되는 기쁨까지 누렸다. 트로피를 받아든 정인환은 "축구가 재미없을 때 흥미를 되찾게 해준 최강희 대표팀 감독님과, 항상 제가 최고라고 얘기해준 김봉길 인천 감독님께 감사한다"라고 말했다.


정인환은 2006년 전북에 입단하며 프로무대에 입성했다. 187㎝의 장신에 1m의 서전트 점프력이 돋보이는 수비수였다. 당시 전북 지휘봉을 잡고 있던 최강희 감독은 그를 '제2의 최진철'로까지 부르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잦은 부상과 이적은 그의 발목을 잡았다. 지난해 안재준과 맞트레이드로 인천에 왔을 땐 서포터즈조차 그를 신뢰하지 않았다. 올 시즌 주장을 맡았지만 팀은 시즌 초 패배를 거듭하며 최하위까지 떨어졌었다. 재미가 없었다. 축구장은 단순히 '돈 버는 일터'에 불과했다.


정인환은 예전 기억을 떠올리며 "실력은 안 늘고, 성적은 늘 바닥을 쳐서 축구를 그만두고 싶었다"라고 했다. 심지어 "선수를 그만두고 일반병으로 입대할 생각마저 했었다"라고 얘기했다.


반전의 계기는 시즌 중반 K리그 올스타전 참가였다. 큰 무대에 서면서 '한번 해보자'란 마음이 그를 다시 일으켰다. 그라운드에 임하는 자세는 적극적으로 변했다. 경기가 끝날 즈음엔 목이 쉴 정도로 소리를 질러댔고, 무의미하게 공을 걷어내던 습관은 신중한 패스 전개로 대체했다. 그의 활약 속에 인천은 올 시즌 최소실점팀으로 대변신했고, 그 역시 태극 마크의 영광까지 누렸다. 정인환은 시상식 직후 "올해 초만 해도 이런 순간이 올 줄 몰랐다"라고 감격해하며 "내 인생 최고의 해"라고 활짝 웃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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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수 "만년 후보로만 시상식에 왔었죠"


김창수는 평범했다. 기량이 떨어지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최고'라 손꼽히기엔 뭔가 부족했다. 돋보이는 점도 많지 않은, 내세울 거라곤 그저 꾸준함 정도의 선수였다. 지난 4년간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베스트11 후보에 올랐음에도 매번 빈손으로 돌아간 이유였다.


올 시즌은 달랐다. 주장으로서 부산의 '질식수비'를 이끌었고, 묵묵하면서도 부지런하게 후방을 지키는 모습이 재평가를 받았다. 가장 큰 계기는 2012 런던올림픽의 활약이었다. 올림픽 대표팀의 약점으로 지적받던 오른 풀백 자리에서 단단함을 과시하며 단숨에 주목받았다. 그런 그를 향해 표심도 움직였다. 올림픽 당시 입은 부상 탓에 베스트11 후보 가운데 가장 적었던 출장 횟수(28경기)는 문제가 안됐다. '우승 프리미엄'이 있던 고요한(서울)을 11표 차로 제치고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데뷔 9년 만에 비로소 노력을 인정받은 셈이었다.


김창수는 "지난 3년간 후보로만 시상식을 찾았고, 올 시즌 부상 탓에 결장도 많았다"라며 "솔직히 올림픽 대표팀 선수들에게 주는 '공로상'이나 받겠거니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이날 수상자 중 유일한 '노타이'였던 복장이 그 증거였다. 그는 "상을 받으니 정말 기분이 좋다"라며 "이래서 상을 받는구나 싶다"라며 활짝 웃어보였다.




전성호 기자 spre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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