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영국 정부가 다국적 기업의 교묘한 세금 기피행위에 맞서 강경한 대응에 나선다.
3일(현지시간) 영국 경제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영국 재무부는 법망의 미비점을 이용한 다국적 기업과 부유층의 탈세 행위에 대한 대대적인 근절책을 추진키로 하고, 국세청에 관련 예산 1억5400만 파운드(약 2676억원)를 투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재무부는 이 같은 노력을 통해 경제난으로 정체된 세수를 연간 20억 파운드(약 3조4천억 원) 규모까지 늘려 긴축 재정으로 빠듯한 정부 살림에 숨통을 튼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조지 오스본 재무장관은 이런 내용을 포함한 100억 파운드(17조3000억 원) 규모 세수 확대 방안을 5일 내년도 재정운용 계획 발표에서 공개할 예정이다.
정부의 세수 확대 방안에는 탈세 행위 추적 강화와 별도로 스위스 은행 미과세 계좌로부터 6년간 50억 파운드(약 8조6천억 원) 규모의 미납 세금을 징수하는 내용도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에서는 최근 스타벅스와 아마존 등 다국적 기업들이 이익금을 세율이 낮은 나라로 이전하는 방법 등으로 법인세를 회피해 온 사실이 드러나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영국에 750여개의 매장을 보유한 스타벅스는 1998년 이후 30억 파운드(약 5조2천억 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납세 실적은 매출액의 1%에도 못 미친 것으로 드러나 정치권과 소비자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다.
아마존은 세제 혜택이 큰 룩셈부르크에 판매 실적을 몰아주는 방법으로, 구글은 조세피난처인 버뮤다 법인을 통해 영국 등 유럽 판매 세율을 낮추는 수법으로 세금을 기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스타벅스는 소비자 반발로 불매운동이 확대될 조짐을 보이자 영국에 세금을 더 내는 방안을 국세청과 협의 중이라고 밝힌 상태다.
오스본 재무장관은 이와 관련 전날 BBC에 출연해 "다국적 기업의 법망을 피한 세금 회피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불공정한 세금 회피 행위가 허용되지 않도록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세금 추징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의회 또한 정부에 강도 높은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하원 공공회계위원회 마거릿 호지 위원장은 "일부 기업의 세금 기피 행위는 성실히 세금을 내는 기업과 개인에 대한 모욕"이라며 "교묘한 기업 탈세에 대한 공격적이고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백종민 기자 cinq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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