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승미 기자]29일 오후 3시 40분. 경남 진주 대안동 차없는 거리,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유세차량에 올랐다. 심호흡을 한 뒤 문 후보는 큐카드를 넘기며 천천히 연설문을 읽어내려갔다.
문 후보는 이날 연설에서만 “맞습니까, 되겠습니까”라며 되묻는 발언을 열차례나 던졌다. 그는 좌중의 호응을 이끌어내기 위해 문답법을 자주 사용한다. 변호사 출신인 까닭에 기존의 선동형 연설보다는 설명형 연설 스타일을 선호한다. 문 후보는 원고를 벗어나는 애드리브도 잘 하지 않는다. 손짓도 별로 없는 편이다.
대신 숫자를 들어 설명하는 것에 강하다.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27일 부산 사상역 앞 유세에서 문 후보는 “이명박 정부와 비교해볼까요”라며 “5년동안 재정적자는 110조, 그 때문에 늘어난 국가부채는 140조나 된다”며 숫자를 콕 찝어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달력에 있어선 아쉬운 부분도 적잖다. 경상도 출신인 탓에 ‘ㅅ’ 발음이 분명치 않다. 또 치아 임플란트 시술을 받아 발음이 명확하지 않다. 이 때문에 또박또박 한음절씩 끊어 읽는 버릇이 있어 다소 딱딱하고 지루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문 후보의 옷차림은 늘 검은색 정장 차림이다. 민주당 후보임을 내세우고 싶었다면 노란색이나 초록색 계통의 옷을 입었을 테지만, 행여나 ‘구태’ 정치인이라는 지적을 받을까봐 정당색이 없는 옷차림을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 후보가 유세 차량에서 유세를 펼칠 때 민주당 의원들이 연단에 올라서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러닝메이트라 치켜세운 경남도지사 선거 야권 단일 후보인 권영길 후보도 유세차 아래에서 인사만 했다.
문 후보와 함께 유세차에 올라 서는 인물은 수화 통역사 이윤옥(43세)씨 뿐이다. 500명 이상의 시민이 모이는 집중 유세에는 어김없이 이씨가 동행한다. 이씨는 “선거유세 동행은 처음”이라면서 “자원봉사차원에서 함께 했다”고 말했다.
연설에 약한 문 후보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나선 이들도 있다. 지난 7월 말 치러진 당 예비경선에서 국어책 읽기 수준이라는 혹평을 받은 문 후보는 피나는 노력끝에 연설 실력이 일취월장 했다. 그러나 여전히 기성 정치인에 부족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십 년만에 배우 명계남씨가 유세 사회에 나선 이유도 그 때문이다. 이날 문 후보가 전남과 경남을 오가며 펼친 남부권 벨트 유세에서 명씨는 문 후보의 연설 전에 바람을 잡으며 시민들의 시선을 모았다. 명씨가 “애니팡에만 몰두하는 젋은이들이 12월 19일 투표장으로 가야한다”고 말하자 좌중이 웃음바다가 됐다. 2002년 노무현 대통령 당선을 위해 함께 뛰었던 문성근 전 최고위원도 김해 유세에서 “문재인 후보야말로 정권교체를 해낼 수 있는 후보”라며 힘을 보탰다. 시인 도종환 의원도 마이크를 잡고 “저 같은 사람은 시쓰면 된다. 그러나 이 곳에 나와서 호소하는 것은 이 나라가 파탄된 채로 가선 안 된다“며 호소했다.
김승미 기자 ask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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