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신제윤 기획재정부 1차관이 내년 세계경제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완만하게 회복되는 조짐이 보이지만 하방위험이 여전히 크다는 의미에서다. 그 여파로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기회복이 지연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신 차관은 28일 르네상스서울호텔에서 서울이코노미스트클럽이 주최한 경영자 조찬 세미나에 참석해 '최근 경제동향과 정책방향'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면서 이런 전망을 밝혔다.
이 날 신 차관은 우리나라의 경제체제를 '소규모 개방경제'로 정의했다. 전 세계적인 부의 규모를 따지면 우리나라는 1.7% 정도의 지분을 갖고 있고 브라질 등과 달리 풍족한 자원을 타고나지 못해 무역을 통해서 살아가야 하는 경제 구조라는 것. 그는 "우리나라가 수출 1조 달러를 돌파했다는 것은 자랑이기도 하지만 수출이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서글픈 자화상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추세라고 밝혔다. 미국은 우리나라의 1위 수출국이었지만 지금은 중국에 밀려 10~13% 비중에 그치고 있다. 반면 중국은 지속적으로 수출 규모가 늘어나 현재 20%까지 올라섰다.
향후 우리나라의 경제에 대해서는 대외 여건 악화로 경기회복이 지연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 3분기 성장률0.2%에 그친 것은 글로벌 경기회복이 둔화되면서 소비심리도 위축된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올해 우리나라 경제 성장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마무리 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경제가 전반적으로 활력을 잃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고용이 호조세를 보이는 것도 상용직이 많이 늘기도 했지만 베이비부머 세대가 은퇴 후 자영업으로 진출한 것도 상당부분 영향을 받았다고 인정했다.
가계부채는 외환위기 이후 은행이 개인에 대한 대출을 늘린 탓에 현재 큰 폭으로 부채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재무건전성 확보를 위해 기업이 은행에 돈을 빌리지 않게 되면서 은행이 판로개척을 위해 개인에 대한 대출을 늘렸다는 것.
그는 현재의 가계부채는 그래도 관리가능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가계부채의 대부분을 고소득층이 보유하고 있고 지난해 3분기 이후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신 차관은 "앞으로 세계경제 위기는 장기화되고 상시화 될 것"이라면서 우리나라가 나아가야 할 세 가지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먼저 금융위기가 향후 실물위기로 갈 수 있는 만큼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통상압력을 제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중국은 현재 지역별, 계층별 성장불균형이 심하기 때문에 내수위주의 정책을 쓰게 될 것"이라며 "국내기업이 중국 내수시장에 어떤 기여를 하는가에 따라 우리나라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그는 "언제까지 미국경제와 중국경제만 보면서 살 수 없다"며 "관광·의료·한류 등 서비스 산업을 발전시켜 자급자족할 수 있는 기틀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혜민 기자 hmee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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