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8~22일 4박5일간의 임기 내 마지막 순방을 마치고 돌아왔다. 이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많은 해외 순방을 한 대통령으로 기록되고 있다. 임기 중 49차례 84개국을 순방했다. 임기의 8분1에 해당하는 232일을 해외에서 보낸 셈이다. 지구 19바퀴(75만8478km)를 비행했다. 이에 비해 노무현 전 대통령은 27차례 55개국, 김대중 전 대통령은 23차례 37개국, 김영삼 전 대통령은 14차례 28개국을 방문했다.
내치에서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이 대통령은 그러나 외치에서 오랜 시간 해외 순방을 하면서 많은 성과를 남겼다. 건설회사 CEO 출신으로서의 노하우와 인맥을 적극 활용해 '수주', '유치'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족적을 새겼다.
전 정권 시절 두 차례에 걸쳐 실패했던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에 성공했다. 유엔 산하 녹색성장기금(GCF)도 유치했고, G20 정상회의를 개최해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기도 했다. 16년 만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에 재진출하기도 했고, 아랍에미리트에서 400억 달러 상당의 원전 건설을 수주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이번 순방에선 거대시장으로 떠오른 ASEAN 국가들과의 협력 관계 다지기에 주력했다. ASEAN 국가들은 예전의 못살기만 하는 군소 국가들이 아니다. 2010년에는 한-아세안 교역량이 EU, 일본, 미국을 제치고, 중국에 이어서 2위였다. 지난해 교역량이 1300억 달러에 달해서 4년 전보다 65% 이상 증가했다. 2년 후면 15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주요 교역 지역이다. 해외 건설수주와 투자에서도 2위에 올라 있다. ASEAN은 글로벌 위기로 미국ㆍ유럽ㆍ중국 시장이 침체돼 있는 상황에서 현재 전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지역으로 꼽힌다.
UAE에 가서는 그동안 다져 놓은 협력 관계를 바탕으로 자원 외교에 주력했다. 내년 추가 발주될 400억 달러 상당의 원전 4기와 관리서비스용역(180억달러 상당) 수주를 위해 공을 들였다. 또 UAE산 600억 배럴의 원유를 우리 저유시설에 저장해 주고 비상시에 우선 구매할 수 있는 계약도 체결했다. 지난 3월 지분을 확보한 5.7억배럴 규모의 미개발 3개 공구 원전 개발 사업도 2014년부터 생산에 들어가는 한편, 내년 매물로 나오는 371억 배럴(매장량 기준) 규모의 초대형 유전에서 최소 10억 배럴 규모의 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작업도 진행하고 돌아왔다.
이 대통령은 또 이달 초 태국을 방문해 13조원 대의 치수관리 사업 수주를 논의하고 돌아왔다. 지난해 엄청난 홍수 피해를 겪은 태국은 치수 뿐만 아니라 사회 관리 시스템 전반을 개혁하는 엄청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내년 초 계약을 앞둔 이 사업을 위해 한국은 중국ㆍ일본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제 공은 이 대통령에게서 바통을 이어받을 차기 대통령에게로 넘어갔다. 벌써부터 원전에 부정적인 공약을 내건 차기 주요 대선 후보들 때문에 UAE 원전 수주의 라이벌들인 프랑스ㆍ일본이 웃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야당은 물론 여당 대통령 후보도 현재는 국민들의 표를 의식해서 레임덕에 처한 이 대통령을 외면하고 있다. 그러나 UAE에서 확보한 유전과 원전 수주, ASEAN 지역 국가들과의 협력 강화를 통해 얻어질 수출 증대ㆍ건설 수주 증가 등 우리 몫을 지키고 확대하는 것이 차기 대통령의 역할이다.
김봉수 기자 b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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