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업계의 운행중단 철회로 우려했던 오늘 아침 출근길 교통대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다행한 일이다. 하지만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다. 택시를 대중교통수단으로 인정하는 '대중교통법 개정안'의 향후 처리 여부에 따라 상황은 유동적이다. 특히나 이번 사태는 갈등을 조정해야 할 국회의원들이 되레 분란을 조장했다는 점에서 국회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지 생각하게 만든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데는 대선을 앞두고 이익단체의 표를 얻겠다는 욕심으로 법안을 졸속으로 처리한 국회와 정치권의 책임이 크다. 택시를 대중교통수단으로 인정하는 문제는 버스업계와 택시업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있다. 시간을 두고 찬찬히 따져 봐야 할 민감한 사안이다. 그럼에도 여야는 공청회 한 번 열지 않은 채 충분한 여론수렴 과정 없이 속전속결로 밀어붙였다.
더구나 개정안은 대중교통을 '일정한 노선과 운행시간으로 다수의 사람을 운송하는 수단'이라 정의한 법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 재정 지원 부담을 지게 될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와 협의도 거치지 않았다. 생색은 자기가 내고 뒷감당은 남에게 떠넘긴 꼴이다. 국민이 겪을 불편이나 버스업계의 사정엔 아랑곳하지 않았다. '여론 전파력'이 커 표를 얻는 데 효과적이라는 계산에 택시업계의 편만을 들어준 것이다.
대규모 유통업체의 의무 휴업일을 월 2회에서 3회로 늘리고 영업시간 제한을 4시간 확대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도 사정은 비슷하다. 명분은 재래시장과 골목상권을 돕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엔 대형유통업체와 거래하고 있는 계약재배 및 구매 등 거래농민과 입점 소상인, 납품업체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월 2회 휴무, 신규진출 자제 등 대ㆍ중소 상공인들의 자율 상생 협약을 무시하고 새로운 갈등을 부채질한 결과가 됐다.
국회가 이렇듯 국민 전체보다는 특정 이익단체의 표를 얻기 위해 선심성 법안들을 졸속으로 처리하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다. 국회의 입법권을 존중해야 한다지만 그것도 정도의 문제다. 갈등을 조정하고 잠재우기는커녕 갈등을 증폭시키는 법안을 마구잡이로 입법해서는 안 된다. 여야는 책임을 느끼고 택시 관련법, 유통법같은 예민한 법안은 본회의 상정을 보류하고 충분한 여론수렴 과정부터 거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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