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들여다볼수록 안개속이다. K리그 사상 첫 강등권 편도티켓을 피하려는 네 팀의 경쟁에 불이 붙었다.
올 시즌 잔여 경기는 모두 4경기. 강제 강등이 확정된 상주 상무를 제외한 최하위 15위가 내년 시즌 2부 리그로 강등된다. 40라운드 현재 15위는 강원(승점 40)이다. 11위 성남(승점 49점)과는 격차가 있다.
반면 12위 전남(승점 44)과의 차이는 고작 4점에 불과하다. 축구계에선 승점 1점을 따라잡는데 1경기가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산술적으로 얼마든지 결과가 뒤집힐 수 있는 상황. 13위 대전(승점 43)과 14위 광주(승점 40)까지 네 팀이 사실상 강등권이다.
▲강등권 승점 및 잔여 일정
12위 전남(승점 44·골득실 -17): 강원(원정)-성남(홈)-대전(홈)-광주(원정)
13위 대전(승점 43·골득실 -22): 상주-광주(홈)-전남(원정)-대구(홈)
14위 광주(승점 40·골득실 -9): 인천(홈)-대전(원정)-대구(원정)-전남(홈)
15위 강원(승점 40·골득실 -14): 전남(홈)-상주-성남(원정)-인천(홈)
가장 먼저 남은 일정의 유불리를 따져보게 된다. 대전과 강원은 각각 상주전 일정이 남아있다. 상주는 강제 강등과 함께 후반기 일정을 포기했다. 자동적으로 상대팀의 2-0 기권승이 인정된다. 상주전 기권승의 이득은 단순히 승점 3점으로 제한되지 않는다. 경기 자체를 치르지 않아 자연스레 휴식기가 생긴다. 대전과 강원은 각각 1주일 간 체력을 비축할 시간이 생기는 셈이다.
홈경기는 네 팀 모두 각각 두 경기씩 남겨두고 있다. 이동 거리 면에선 강원이 제일 유리하다. 유일한 원정을 비교적 거리가 가까운 성남에서 치른다. 대전도 원정이 전남전 한 경기라 나쁘지 않다. 반대로 전남과 광주는 전국을 누비는 강행군이 이어진다. 그나마 전남은 홈 2연전, 강원은 상주전 휴식이 있다는 게 다행이다.
네 팀의 홈/원정 승률은 거의 동일하다. 강원은 오히려 원정 승률(40.5%)이 홈 승률(31.6%)보다 높지만, 둘 다 저조하긴 마찬가지여서 큰 의미는 없다.
오히려 인천-대구-성남 등 그룹B 상위권 팀의 홈/원정 승률에 주목해볼만 하다. 인천은 최근 15경기 연속 무패(10승 5무)에 원정에선 7경기 연속 무패(5승 2무)다. 광주와 강원은 각각 인천전을 남겨두고 있다.
대구는 홈에서 11승5무4패(67.5%)의 높은 승률을 자랑하지만, 원정에선 3승7무10패(32.5%)로 부진했다. 성남은 반대다. 홈 승률(37.5%)이 원정 승률(52.5%)에 크게 못미친다. 특히 최근 홈 11경기 연속 무승(4무 7패·상주전 제외) 징크스까지 시달리고 있다. 둘 다 대전과 강원에겐 다소나마 희소식이다.
남은 일정 팀과의 상대전적으로만 본다면 대전과 전남이 유리하다. 대전은 3승3무3패, 전남은 3승6무3패로 5할 이상씩 승률을 기록했다. 반면 광주는 1승8무3패, 강원은 2승2무5패에 그쳤다.
▲기세도 무시할 수 없다
최근 기세는 순위와 사뭇 다른 양상이다. 강원이 가장 돋보인다. 최근 5경기 강원은 3승2무로 단 한번도 패하지 않았다. 최대 스폰서 하이원은 잔류 시 포상금 및 전폭적 지원까지 약속했다. 사기가 충천했다. 광주도 2연패 뒤 3경기 연속 무패(2승1무·기권승 포함)로 반등에 성공했다. 특히 17일 성남전에선 0-3으로 뒤지다 4-3으로 승리하는 대역전극까지 연출했다. 복이가 6개월여 만에 득점포를 재가동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이에 대해 김봉길 인천 감독은 "궁지에 몰린 팀들은 무서운 힘이 발휘된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두 팀 모두 반전의 계기를 잡았다는 점에서 이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다만 광주는 성남전 불거졌던 최만희 감독과 박병모 단장의 불화설이 변수다.
전남도 6경기 연속 무패다. 2승4무로 무승부가 많지만 최소한 지지 않는 경기를 펼쳤다. 이에 반해 대전은 하락세가 뚜렷하다. 최근 4경기 연속 무승(1무3패)이다. 3골을 넣는 동안 무려 11골을 실점했다. 간판 공격수 케빈이 부상으로 빠져있고, 김형범마저 컨디션 난조에 시달리고 있는 탓이다. 상주전 기권승으로 인한 휴식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승점만큼 중요한 변수는 골득실이다. 이 역시 현재 순위와 엇갈린다. 광주가 -9로 가장 양호하며 강원은 -14다. 반면 전남은 -17, 대전은 무려 -22다. 자칫 골득실로 15위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선 전남과 대전이 불리한 처지다.
모든 요소를 고려할 때 결론은 "축구공은 둥글다"라는 격언으로 도달한다. 섣부른 예측은 금물이다. 누가 더 처절하게, 누가 더 승리를 갈구할지에 대한 경쟁만이 남아있다. 한국 프로스포츠에서 유래가 없던 초유의 생존경쟁은 이제 2012시즌 K리그의 최대, 최후의 관전 포인트다.
전성호 기자 spre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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