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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건 현찰뿐"…재테크 '빙하기'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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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에 돈 불리기보다 현찰·달러 묻어둬

9월 현금통화 42조로 1년새 10% 늘어
만기 2년 미만 외화예수금도 38% 급증…40조 돌파


[아시아경제 정재우 기자] 시중에 돈이 넘쳐나지만 정작 금융시장으로는 돈이 흐르지 못하는 이른바 ‘풍요 속의 빈곤’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현찰과 달러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머니마켓펀드(MMF) 등 수시입출금이 가능한 금융상품으로만 돈이 몰려들고 있다. 글로벌 경제공황 우려로 시장 불안이 확대되면서 ‘믿을 것은 현찰과 달러뿐이고, 있을 때 돈을 쌓아둬야 한다’는 경계심리가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13일 한국은행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9월(평잔 기준) 현금통화는 42조1096억원으로 1년 전보다 10.2% 늘었다. 현금통화는 한국은행이 찍어낸 돈 중 은행에 예치된 자금을 제외한 돈을 말한다. 민간이 보유하고 있는 돈, 말 그대로 개인이나 기업들이 직접 금고에 보관중인 ‘현찰’이 그만큼 늘었다는 의미다.


만기가 2년 미만인 외화예수금도 9월 41조4637억원으로 전년 대비 38.2% 급증하며 사상 처음으로 40조원을 돌파했다. 외화예수금은 거의 대부분이 달러로 이뤄져 있다. 원화가 꾸준히 강세를 나타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축통화인 달러화의 인기는 더욱 뜨거워지고 있는 것이다.

수시입출금이 가능한 MMF 자금도 9월 49조7704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21.8%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MMF가 금융권에 투입될 대기자금으로도 해석될 수 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현금성 자산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한치환 대우증권 연구원은 “MMF의 증가는 시장에 분위기에 따라 달리 해석할 수 있다”며 “최근 늘어난 돈은 재테크를 목적으로 하기 보다는 현금 보유를 늘리려는 목적으로 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곽중보 삼성증권 연구원도 “투자자들이 자금을 굴려서 기대만큼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에 빠져 있기 때문에 눈치 보는 자금만 늘어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만기가 2년 미만인 금전신탁도 9월 112조4770억원으로 전년 대비 19.6% 늘었다. 여기에도 현금성 자산에 대한 인기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2년 미만 금전신탁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수시입출할 수 있는 특정금전신탁(MMT)과 퇴직연금 사업자들의 퇴직연금 신탁”이라면서 “이 중 MMT는 법인이나 기관들이 수시입출금이 가능하도록 돈을 예치하는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사의 한 고위관계자는 “현금을 직접 금고에 채워넣고 있는 것은 경제시스템 자체에 대한 불신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며 “민간 경제주체들이 대공황까지도 조심스럽게 내다보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우려했다.




정재우 기자 jj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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