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최근 자본 인정 여부를 놓고 논란이 불거진 두산인프라코어 하이브리드채권(영구채)를 두고 자본시장연구원이 부채에 가깝다는 의견을 내놨다.
13일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두산인프라코어가 발행한 영구채는 자본으로 인정받기에는 몇 가지 제약이 존재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 9월 두산인프라코어는 해외에서 5억 달러 규모의 은행 보증부 영구채를 발행했다. 국제회계기준(IFRS)이 영구채를 자본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당시 두산이 부채비율 하락 효과를 누릴 것으로 전망됐으나, 이후 두산 영구채의 자본 속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 연구위원은 "하이브리드채권은 후순위성, 만기의 영구성 및 이자지급의 임의성이라는 특성으로 인해 자본적인 특성을 지니게 된다"며 "두산이 발행한 하이브리드채권은 우선 후순위 특약이 없다는 점에서 후순위 조건에 부합하지 못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두산 영구채에 포함된 콜옵션 조건도 문제가 됐다. 두산 영구채는 발행 5년 후 500bp(1bp=0.01%포인트), 7년 후에는 추가로 200bp 금리가 올라 사실상 '5년 만기채'라는 말을 들어 왔다.
김 연구위원은 "일정기간 콜옵션이 행사되지 않으면 금리가 올라가는 스텝업이 존재해 5년 후 조기상환을 하지 않는 경우 이자부담이 크게 증대한다"며 "실질적으로 5년 후 조기상환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영구채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외견상 콜옵션은 발행자가 조기상환을 통해 채무를 조기에 상환하는 권리지만, 하이브리드채권의 경우에는 대다수 투자자가 콜옵션 행사시점을 예상만기로 인식하는 시장관행이 존재한다"며 "이에 따라 콜옵션 행사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 투자자 신뢰가 약화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연구위원은 이번 두산 영구채 논쟁은 기업의 하이브리드채권 자본요건에 대한 명확한 회계기준이 없기 때문에 발생했다며 세부기준 설정을 요구했다.
그는 "특히 일반기업이 발행한 하이브리드채권의 자기자본 요건에 있어 국제 기준인 바젤III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며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신종자본증권의 요건이 강화돼 바젤III에서는 금리상향 수준과 상관없이 스텝업 조건이 포함된 경우 기본자본으로 인정하지 않는 내용으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장의 관행이나 특정한 조건이 영구채 만기의 영구성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면 자본이라 보긴 어렵다"며 "후순위성, 만기의 영구성, 조기상환 부담 여부 등에 대한 보다 실질적이고 명확한 판단기준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승종 기자 hana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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