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대다수가 한ㆍ중 자유무역협정(FTA)을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에 500개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다. 응답기업 중 95%는 '최선의 협상결과를 내도록 시간을 두고 신중히 추진해야 한다'고 답했다. '가급적 단기간 내에 체결해 중국시장 선점 등의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는 응답은 5%에 불과했다. 또 '시장개방과 관세철폐의 폭을 최대화해야 한다'는 응답은 15%에 그쳤고, 85%는 '피해 예상 부문을 개방 대상에서 제외하고 관세철폐의 폭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기업인 대상 조사 결과 치고는 의외로 조심스럽고 경계하는 태도가 역력하다. 한ㆍ중 FTA로 피해를 가장 많이 입게 될 농어민도 아닌 기업인이 이 정도로 소극적이라니 놀랍기도 하다. 한ㆍ미 FTA에는 찬성하는 기업인이 다수였던 것과 상반된다. 한ㆍ중 FTA가 기업경영에 미칠 이해득실을 질문한 항목에 대한 답변을 보면 그 이유가 짐작된다. 혜택을 예상하는 응답(33%)이 피해를 예상하는 기업(17%)보다 많긴 했으나, 훨씬 더 많은 50%는 '혜택과 피해가 비슷할 것'이라고 답했다.
대한상의는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한 자세한 의미분석을 내놓지 않았으나 이유를 짐작하기가 어렵지는 않다. 우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임금 노동에 기반을 둔 중국 상공업이 한ㆍ중 FTA에 따른 관세인하 혜택까지 누리게 되면 국내 상공업의 가격경쟁력이 더 약화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우리도 관세인하 혜택을 얻게 되지만 그것이 중국의 낮은 노동비용을 상쇄할 정도는 안 된다는 얘기다. 그래서 한ㆍ미 FTA와 달리 한ㆍ중 FTA에서는 상공업 분야의 이득을 얻기 위해 농어업의 피해를 감수하되 정부가 보상해주면 된다는 논리가 성립되기 어려운 것이다.
한ㆍ중 FTA는 지난 5월 협상개시 선언 이후 4차례 협상이 진행됐다. 중국의 지도부 교체와 한국의 대통령선거 등 두 나라 정치일정상 다음 협상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것이다. 여기서 숨 고르기를 하고 한ㆍ중 FTA의 진행일정과 협상전략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주요 대선주자들도 '신중하게 추진하겠다'는 두루뭉술한 말만 할 게 아니라 투명한 논의를 위해 좀 더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는 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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