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66일간 열렸던 광주비엔날레가 11일 폐막했다. 9회째 진행된 이번 비엔날레에서는 본전시에 총 46만명이 다녀갔다. 2년전 열린 전시의 본전시에서 48만명의 관람객이 방문한 것과 비교해서는 2만명 정도가 준 셈이다. 아시아계 6명의 '공동 감독제'를 첫 선보이면서 50만명을 목표로 준비했지만 조금은 아쉬운 결과다. 대신 광주시민들이 직접 전시를 기획한 '마실' 프로그램은 18만명이나 다녀가 선전했다.
이번 비엔날레 본 전시는 비엔날레관과 무각사, 대인시장, 광주극장, 광주극장 사택 등 광주 전역으로 전시공간을 확대했다. 광주 민주정신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특별전은 없었지만 ‘라운드테이블’이라는 주제로 현 시대가 당면한 정치·경제·사회적인 문제들을 여섯 개의 소주제를 중심으로 개인과 집단, 역사, 사회와의 관계, 경계와 관련한 탐구를 통해 민주적이고 인권적인 부분에 대한 다양한 시각들을 제시됐다.
중국의 인권 현실을 고발하며 ‘행동’할 것을 촉구하는 아이 웨이웨이의 ‘언어 프로젝션’, 아랍의 봄, 월가 시위 등 최근에 전 세계적으로 일고 있는 시민운동과 관련된 작업인 마이클 주의 ‘분리불가’, 무기를 변형시켜 악기를 만들고 음악 퍼포먼스 등을 통해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는 페드로 레예스의 이매진(Imagine), 인도 여성운동의 제2의 시기를 보여주는 쉬바 차치의 ‘제2의 물결’ 등 다수의 작품에는 세계 곳곳에 대한 민주·인권·평화의 메시지가 담겼다.
또 역대 대회 중 가장 많은 지역작가가 참여해 지역 작가들의 국제 무대 진출 및 신진작가 발굴에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평이다. ▲김주연 ▲이정록 ▲조현택 ▲최미연 ▲황지해 ▲아티스트 그룹 비빔밥 등 작가들이 참여했다.
광주비엔날레 재단 관계자는 "각기관이나 단체에 강제예매가 없었고 여수엑스포 등 여파로 학생 단체 관람객이 상당히 줄어들었지만 자발적으로 전시장을 찾은 개인·가족 단위 미술애호가들의 발길이 늘어 이만큼의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반면 미술계 한 평론가는 "공동감독제는 좋은 시도였으나 전시관에서 선보여진 6개의 소주제들이 특징적으로 구분돼 있지 못한점, 또 그것을 한 데 아우르는 구심점이 없어보인 것은 크게 아쉬운 지점이다"이라고 지적했다.
전문작가들의 작품으로 구성된 주 전시관이 이번 비엔날레의 한 축이었다면, 또 다른 한 축은 '시민작가'를 통해 보여지는 '나도 비엔날레 작가, 마실'이었다. 예년의 비엔날레와 다르게 시민 프로그램을 대폭 확대했다. '마실'은 지난 9월3일 광주 광산구 우산동 주민센터 옆 가로수길에서 개막식을 연 후 70일 동안 광주 지역 25개 전시장에서 시민들과 소통하며 전시를 펼쳤다. 광주지역 총 25개 단체가 참여했다. 이 중 ‘은빛디카동아리’는 광주 남구 구동에 위치한 광주공원노인복지관에서 활동하고 있는 60?70대 어르신들로 구성돼 있다. 디지털카메라를 배운 어르신들이 시민작가에 도전장을 냈고, 어르신들은 사진 한 장을 준비하기 위해 먼 곳까지 출사를 나가기도 했다. 사진 보정까지도 자신들이 직접 한 것들이다.
또 우제길미술관 옆 소공연장에서 지역 학생 10여 명은 청소년의 생각과 몸짓을 담아 메시지를 남기는 ‘14세의 몸짓’이라는 전시를 보여줬고, 전남여자상업고등학교 학생 350명은 지구온난화, 환경문제 등을 주제로 한 일러스트 작품과 미래생활에 필요한 제품들을 제시했다.
강보선 '마실' 프로그래머는 "시민들의 문화역량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전시였다"며 "시민프로그램이라는 것이 전문작가의 영역이 아님을 감안해 그들의 노력과 숨결을 봐주는 문화가 자리잡고, 이런 프로그램이 꾸준히 진행된다면 광주의 문화예술활동이 더 풍부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광주비엔날레는 시민참여 프로그램이 없었던 지난 2008년 총 35만명이, 소규모로 시민참여전시가 열린 2010년에는 본전시에 48만명, 시민전시에 1만명 등 총 49만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 올해는 본전시에 46만명, 시민전시에 18만명의 관람객을 기록했다.
오진희 기자 val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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