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수출과 생산 등 독일의 각종 경제지표들이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유로존(유로사용 17개국) 경제 견인차 독일 경제마저 침체로 다가서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유로존의 위기가 독일로 전염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기업의 실적이 나빠지고 비핵심자산 매각과 감원예고가 나오는 등 감염 증상이 곳곳에서 나오면서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우선, 경제침체로 회원국 수출의존도가 큰 독일의 수출이 부진했다. 독일 연방 통계청은 8일(현지시간) 9월 수출이 전달에 비해 2.5% 줄어든 917억유로(127조5210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해 12월 이후 최대 감소폭으로, 1.5% 감소를 예상한 시장 예상보다 더욱 부진한 것이다.
둘째 제조업ㆍ서비스업 지표도 좋지 않았다.시장 정보업체인 마키트가 6일 발표한 10월 독일의 종합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7.7을 기록해, 전달( 49.2)보다 낮아졌다.이로써 독일 종합 PMI는 6개월째 경기 위축을 뜻하는 50 이하에 머물렀다.
산업생산도 부진했다. 9월 산업생산지수는 전달보다 1.8% 하락했다.시장 예상치(-0.5%)보다 더 큰폭으로 떨어졌다.
지표 부진은 기업 실적에 속속 반영되고 있다.독일의 대표 은행 중 하나인 코메르츠방크의 3ㆍ4분기 순이익은 7800만 유로로 시장예상치(1억3100만 유로)를 크게 밑돌았다.코메르츠방크는 비핵심 자산을 팔아 2016년까지 40% 이상 줄이겠다고 밝혔다.
제조업체인 지멘스도 올해 전체 순이익이 51억8000만유로로 시장 예상치 52억유로를 밑돌 것이라며 강도높은 비용절감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같은 지표부진과 기업들의 실적 악화로 4ㆍ4분기부터 성장에 제동이 걸려 내년에는 성장률이 뚝 떨어질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독일 정부 자문기구는 내년에 독일 경제가 0.8%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민간 전문가들은 더 비관적이다. 바클레이스 경제연구소의 토마스 하르예스 연구원은 "독일 산업 생산이 매우 취약하다"면서 "3ㆍ4분기에 긍정적으로 나온 부분들은 경기 위축 가능성이 큰 4ㆍ4분기에 상쇄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RBC 캐피탈 마켓의 제임스 애쉴리 이코노미스트는 15일 발표 예정인 3ㆍ4분기 독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0.2%로 예상했지만, 4ㆍ4분기 들어서는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경제 지표들은 독일 경제가 명백하게 둔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면서 "세계 경제 여건이 좋지 않아 독일 경제도 흔들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같은 분석은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역시도 독일 경제가 더 이상 유로존의 위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한 것과 일맥상통하다.
경제 전문가들이 내린 결론은 유로존의 자금줄 독일 경제가 동요하고 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독일의 경제연구소 데구사 골트한델의 토르스텐 폴라이트 이코노미스트는 "독일 경제가 심각한 경기침체로 향하고 있다"면서 "유로존 17국은 내년에 1.5% 가량의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이며, 2014년에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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