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요즘 보험업계를 보면 그야말로 '빈사'상태다. 올 상반기 변액보험 수익률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데 이어 최근에는 연금보험 수익률이 연금저축, 펀드 등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는 보도가 나와 보험업계를 아연실색케 만들었다.
저금리와 보험해약 증가로 어려움에 처한 보험업계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삼중고'인 셈이다. 수익률을 보고 분개한 가입자들이 이탈하기 시작하면 실적 측면에서는 물론 보험에 대한 이미지마저 나빠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연금보험 수익률은 상품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돕는 부가적인 숫자다. 그런데 발표를 하면서 성적에 따른 줄 세우기 식으로 변질됐다. 앞으로의 예상 수익이 더 중요한데도 마치 과거 실적이 모든 것인 양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논란이 한풀 꺾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태가 확산될 징후는 여전하다. 펀드나 저축 수익률이 온라인상에서 뻔히 드러나는데 이를 그냥 지나치기란 어렵다. 누군가는 지금도 초창기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보험에서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좋은 저축이나 펀드로 갈아타고 있을 것이다.
첫 공시가 나온 지 열흘이 지났지만 수익률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려는 움직임은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다. 누구 하나 책임 있는 자세로 해명하지 않는 상황은 더욱 답답하다. 고스란히 피해를 입은 보험사는 해명을 회피하고 연금보험 등의 공시를 담당한 금융감독원은 조용하다.
생명보험과 손해보험협회가 공동으로 고작 광고를 내보내는 수준에 그쳤지만 적극적이지 않다. 가입자를 포함한 금융소비자들의 인식을 바꾸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보이는 것은 물론이다. "해명을 하면 의혹만 커질까봐 광고로 알리는 게 낫겠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업계 관계자의 설명은 오해가 깊어졌음을 짐작케 했다.
공시를 주도한 금융감독원의 처사가 무엇보다 비판을 받아야 한다는 게 개인적인 견해다. 적절한 설명만 했어도 피할 수 있는 일인데, 방치해 논란을 키웠다는 측면에서다. 이 부분에서 책임을 면키가 어렵다.
공개 초기 공시사이트에 '설명자료'만 표시했더라도 보험 수익률에 대한 오해는 없었을 것이다. 보험업계의 멘붕사태도 없었을 것이다. 추후 팝업창을 통해 몇 가지 공지사항을 언급했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이다. '슬그머니 올리면 그뿐'이라는 면피에 지나지 않는다.
이같은 일련의 과정을 엄밀한 잣대로 들이대면 금융회사에 대한 영업방해다. 차후에 판매 감소로 건전성이 악화됐다고 금감원이 금융회사들을 불러들여 호통을 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번 사태는 금융사와 소비자에 대한 금감원의 배려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때마침 금감원을 포함한 금융체제 개편 논의가 나오고 있다. 건전성 감독과 금융소비자보호를 분리하자는 의견이 곳곳에서 거론되고 있는 양상이다. 연금보험 수익률 이슈를 지켜보면서 금감원의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해 분리는 안된다'는 목소리는 참 공허하게 들린다.
최일권 기자 i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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