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0억 CB발행 등 처리키로.. 사업진척은 당분간 어려울듯
[아시아경제 김창익 기자]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이 적어도 올해까지는 속도를 내기 힘들 전망이다. 코레일의 개발계획 변경 시도가 지속되는 데다 사업에 참여한 민간사업자들의 반대가 팽팽해서다.
또 용산역세권 밑그림을 바꾸기 위한 코레일의 용산역세권개발(주) 경영권 인수가 사실상 무산되며 개발사업은 공전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코레일은 이런 가운데 용산개발 사업에서 손을 떼고 주주로서의 역할만 하겠다고 공언한 상태여서 코레일의 다음 행보가 주목된다.
경영권 인수 실패가 확정되면 코레일은 당장 용산역세권개발 파견 직원과 시행사인 드림허브 이사 3명을 전원 철수시킬 계획이다. 또 앞으로 자금조달 등 주요 사안에서 일체 협조하지 않을 방침이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용산개발 시행사인 드림허브는 이날 오후 긴급 이사회를 열고 자금조달과 관련된 주요 사안을 의결한다. 상정안건은 ▲25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 발행 ▲661억원 규모의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만기연장 ▲프루덴셜 소속 이사 교체 등이다.
이날 이사회는 자산관리회사(AMC)인 용산역세권개발(주)가 소집했다. 용산역세권개발은 지난 2일 소집 일자를 6일 앞두고 시행사인 드림허브 이사 멤버 10명에게 긴급 이사회 소집 공문을 발송했다. 오는 16일 ABCP 만기가 돌아오는 데 이어 12월 16일 금융권 이자 150여억원을 갚지 못할 경우 드림허브가 곧바로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드림허브 대주주간 갈등으로 자금조달이 지연되면서 사업이 파행 국면에 직면하자 결국 AMC가 자금조달 안건 처리를 위해 직접 나선 것이다.
용산개발 사업은 드림허브 대주주인 코레일과 롯데관광개발이 AMC 경영권 분쟁으로 대립각을 세우면서 서부이촌동 주민보상과 운영자금 조달 대책 수립이 늦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코레일은 롯데관광이 갖고 있는 AMC의 옛 삼성물산 지분 45.1%를 인수, 롯데관광의 AMC에 대한 경영권 인수를 추진 중이다. 롯데관광이 실질적인 사업주체인 AMC의 경영권을 쥐고 있어 사업방식과 자금조달 방식 등 주요사안에서 자사의 의지를 관철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코레일의 판단이다.
코레일은 AMC 경영권을 인수할 경우 단계적 준공 방식으로 사업 방식을 바꾸고, 현재 1조원 규모인 드림허브 자본금을 3조원까지 늘릴 계획이다. 현재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면 수익성을 담보하지 못해 경영권 인수에 실패할 경우 사업에서 빠지겠다는 게 코레일의 생각이다.
하지만 관련 안건의 이사회 상정이 번번히 무산되면서 사실상 이사회 결의를 통한 경영권 인수가 물건너간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19일 이사회에서는 코레일이 경영권 인수 안건을 상정하자 삼성물산과 삼성SDS 등 4개 주주사의 이사들이 불참, 정족수 미달로 이사회 자체가 열리지 못했다.
이번 이사회는 AMC가 긴급 공문을 보내며 경영권 인수 안건을 아예 뺐다.
AMC 고위 관계자는 "지난 이사회에서 4개사가 불참한 것은 사실상 반대의견을 표명한 것"이라며 "자금 대책 등 긴급사안을 논의하기 위한 이사회에 이미 결론이 난 사안을 상정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코레일은 지난 5일 AMC에 경영권 인수 안건 상정을 제안했으나, 시한 요건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관철되지 못했다. 주말을 빼고 만 3일 전에 이사회 안건을 이사들에게 알려야 된다는 관련 규정에 따른 것이란 게 AMC의 설명이다.
이번 이사회에서 CB 발행 등의 안건이 통과될 경우 드림허브는 디폴트 위기를 넘기고 적어도 내년초까지의 운영자금을 마련하게 된다. 이럴 경우 대주주 갈등의 근본원인인 AMC 경영권 인수안건 처리를 위한 이사회 소집은 불가능해 보인다. 급한 불을 끈 마당에 드림허브 이사들이 대주주중 어느 한편의 손을 들어줘야 하는 민감한 경영권 인수 안건 처리에 굳이 나설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드림허브의 한 이사는 "이번(8일) 이사회에 경영권 인수 안건이 상정될 경우 이사회 참석여부를 놓고 검토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참석하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하지만 코레일은 경영권 인수 안건의 이사회 처리를 계속 강행할 방침이다. 송득범 코레일 사업개발 본부장은 "자금조달과 관련된 안건의 처리 여부와 상관없이 추후 이사회를 통해 경영권 인수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롯데관광이 경영권을 포기하지 않을 경우 용산개발 사업에서 손을 떼고 주주로서의 역할에 머무르겠다는 방침은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김창익 기자 wind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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