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이스라엘의 세계 최대 복제약 기업 테바(Teva)가 합작사를 설립하는 방식으로 한국에 진출할 전망이다. 이를 위한 파트너로 한독약품을 선택해 협상을 벌이고 있다. 시장의 관심은 "테바의 인수합병(M&A) 대상이 누구냐"에서 한국 복제약 시장에 미치는 영향 쪽으로 옮겨가는 분위기다.
◆"합작사 설립 협상중…M&A는 사실무근"
6일 한독약품은 거래소 조회공시 답변을 통해 "테바와의 M&A설은 사실이 아니며 합작회사 설립 가능성에 대한 예비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M&A설은 지난달 말 보건복지부 고위 관료가 "테바가 매출액 1000억원 이상의 국내 업체와 인수협상을 벌이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불거졌다.
이후 시장에선 해당 제약사를 찾기 위한 소동이 일었다. 물망에 오른 국제약품ㆍ명문제약ㆍ유나이티드제약ㆍ유유제약 등은 "사실 무근"이라고 부인했다. 애초 언급된 기업이 한독약품이었는지 혹은 M&A 대상이 따로 있는 것인지 불확실하다. 그러나 해당 관료가 6일 "1000억원대 제약사가 인수대상이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고 부인함에 따라 이른바 '테바 해프닝'의 주인공은 한독약품으로 정리되는 분위기다.
◆테바의 뒤늦은 한국진출 배경은?
테바가 한국 시장에 눈독을 들인지는 꽤 됐다. 최근 미국 알보겐社에 인수된 근화제약도 테바와 M&A 막판 협상까지 벌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말만 무성하다 급물살을 타게 된 건 시장환경 변화 때문이다. 정윤택 보건산업진흥원 팀장은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과 한미FTA로 '특허-허가 연계 제도'가 도입된 게 계기로 보인다"고 말했다.
애초 한국 시장은 복제약 회사들이 난립하고 시장이 투명하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테바와 같이 '소송으로 특허장벽 깬 후 독점 복제약을 출시하는' 회사가 활동하기엔 한계가 있었다. 이런 장벽이 해소되며 테바의 발걸음도 빨라진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는 한독약품이 처한 상황과 맞물리며 현실화 단계로 발전했다. 최근 프랑스 사노피社와 50년 합작관계를 청산한 한독약품은 사노피의 후광을 대신할 세력이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독약품은 세계 수준의 의약품 공장을 제외하면, 신약개발 능력도 복제약 영업력도 미미해 당장 생존을 걱정해야 할 처지였다.
◆한국 복제약 시장 '글로벌 경쟁'에 노출
테바의 한국 진출은 '외국 신약과 한국 복제약 간 경쟁'이란 시장 구도에 '외국 복제약과 한국 복제약 간 경쟁'이 더해지는 것을 의미한다. 정 팀장은 "국내사끼리 나눠먹던 복제약 시장마저 외국에 빼앗길 수 있단 우려도 있지만, 우리 기업들로 하여금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도록 자극하는 긍정적 측면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수적인 업계 분위기 상 우리 제약사의 신약개발 '쌈짓돈' 역할을 해온 복제약 사업을 위기로 몰았다는 비난도 예상된다. 한독약품이 적군을 성안으로 안내하는 역할을 자임했다는 배신감을 말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50년간 프랑스 제약사의 신약을 대신 팔아주다 그 대상을 이스라엘 복제약으로 바꾼 것일 뿐"이라며 "이 회사를 '혁신형 제약기업'으로 선정해 한국 정부가 지원할 이유가 있는지 궁금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신범수 기자 ans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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