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날씨가 추워져서 그런가 손님이 뚝 끊겼어. 그나마 어제 요 브라우니(인형) 때문에 6만원 벌었지."
백화점들이 예년보다 일찍 준비한 탓에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3일 명동거리. 롯데백화점 맞은편에서 봉제인형과 비닐가방 등을 파는 김정숙(가명·61)씨는 근심어린 표정으로 이처럼 말했다.
김씨는 "중국인 관광객들도 한참들 많이 오더니 요즘엔 뜸한 것 같다"며 "크리스마스는 아직 멀었고, 당장 내일이 걱정"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남대문시장도 상황은 마찬가지. 어둠이 내린 오후 6시30분, 대부분의 상인들은 장사를 접고 퇴근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가방 등 액세서리를 파는 한 상인은 "8시가 되면 대부분 가게들이 문을 닫을 것"이라며 "장사가 안 되니까 오래 있어봐야 날도 춥고 별 이득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크리스마스라고 해도 여기는 장사가 안 될 것"이라며 "없는 사람들이 어디 그런 날 챙기는 것 봤냐"며 쓴웃음을 지었다.
노란 전구 몇 개만 켠 채 장사하는 로드숍과 남대문 시장 등과 달리 백화점 외관에서 깜박이는 수천개 조명은 손님들의 지갑을 열기 위해 반짝이는 전구들 같았다.
이미 서울 시내 주요 백화점은 캐럴만 들리지 않을 뿐 크리스마스가 된 것 같은 분위기다. 백화점 외부에는 현란한 조명 등이 켜졌고, 내부에는 크리스마스트리와 각종 장식으로 그 분위기를 더했다.
지난달 26일부터 신세계백화점은 고객 유치를 위해 전국 점포에 크리스마스트리를 점등했고, 롯데백화점 애비뉴엘도 나뭇가지 유닛을 재활용하고 LED 램프를 켜는 등 경쟁적인 크리스마스 느낌 내기에 한창이었다.
롯데백화점 영플라자에서 노트 등 문구류 등을 판매하는 한 직원은 "금요일이라 평소보다 사람이 많은 것 같다"며 "크리스마스 분위기도 한몫했지만 상품권 행사를 시작해서 손님이 많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크리스마스 마케팅을 이용해 한층 연말 분위기를 냄과 동시에 상품권 등 행사를 시작하면서 고객들의 주머니를 열도록 하겠다는 게 백화점의 전략이다.
신세계백화점에도 크리스마스 분위기 내기에 여념이 없었다. 1층에는 커다란 트리가 전시돼 있어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신세계백화점 여성복 매장의 한 직원은 "아무래도 내부가 바뀌면 고객들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일 수 있다"며 "상품권 행사가 시작해서 어제부터 손님들이 늘었다"고 말했다.
크리스마스 특수를 누리는 곳은 백화점에 있는 장난감 코너. 신세계백화점 유아복 코너 사이에 자리 잡은 장난감 매장은 불황에도 손님들로 북적였다. 손자 선물을 사기 위해 이곳을 찾은 70대 신사는 브라우니 인형과 닌자 인형 등 11만원어치의 장난감을 사갔다.
장난감 코너의 직원은 "크리스마스라고 해서 특별히 새로운 물건이 나오지는 않는데 그 분위기 때문에 사람들이 몰려서 원하는 물건을 살 수 없을 수도 있다"며 "지금 미리 준비해서 원하는 선물을 주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크리스마스를 이용해 특수를 누리는 또 다른 곳은 커피전문점이다. 각종 크리스마스 전용 음료를 내놓으며 마케팅에 열을 올린다. 가장 눈길을 끄는 전문점은 스타벅스. 이곳은 연말만 되면 다이어리 행사를 진행한다. 크리스마스 음료 3잔을 포함해 17잔을 마시면 다이어리를 준다.
명동의 스타벅스를 찾은 한 고객은 "따로 구매하면 2만2000원에 살 수 있지만 스티커 하나 받을 때마다 선물 받은 느낌이 들어 사지 않고 모은다"며 "크리스마스 시즌에만 살 수 있는 머그컵이나 원두 제품이 있기 때문에 더 많이 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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