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아시아블로그]이면지 때문에 날린 수백억짜리 딜

시계아이콘01분 29초 소요

[아시아블로그]이면지 때문에 날린 수백억짜리 딜
AD

한 대기업의 회의실. 중요한 딜을 위해 양측의 임원을 중심으로 실무자들이 앉아 있었다. 화기애애하게 덕담으로 시작된 회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무렵, 이 회사를 방문한 쪽의 분위기가 심상찮아졌다. 자기들끼리 잠시 할 얘기가 있다고 하더니 자리를 일어나 버렸다. 딜은 바로 깨졌다. 어떻게 된 것일까. 범인은 이면지였다. 비용절감을 위해 이면지 사용을 일상화한 이 회사는 상대방 임원과 팀장급에게는 새 종이에 칼라 프린트본을 줬지만 수행한 실무진에게는 이면지에 프린트된 내용을 줬다. 문제는 이면지 내용. 하필 이면지에는 다른 경쟁사와 딜을 하고 있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황당해 보이지만 몇해 전 실제 일어난 일이다. 경제가 어렵다고 하면 기업들에서 가장 쉽게 나오는 정책이 이면지 사용이다. 몇푼 안돼 보이지만 1년치를 모으면 적지 않은 돈이 되고, 금액자체보다 한정된 자원을 재활용한다는 측면에서 국가적으로 권장되기도 한다.

문제는 이같은 쥐어짜기식 정책이 습관적으로, 전시적으로 행해졌을 때다. 역시 이면지 사용을 적극 강조하는 또 다른 대기업에서는 임원들에게 나눠줄 회의 자료가 이면지가 아닌 새 종이에 인쇄된 것을 뒤늦게 발견, 회의 직전에 서둘러 이면지에 다시 자료를 인쇄하는 해프닝도 있었다고 한다. 이러다 보니 이면지를 찾느라 시간이 지체되는 일도 가끔 생긴다고 한다.


요즘 금융투자업계가 어렵다. 지수만 보면 1900선을 오르내리는데 죽는 소리가 웬말이냐 싶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하루 거래대금은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쳐 5조원 이상 되지만 절반 이상이 온라인으로 이뤄지다 보니 정작 증권사들에 떨어지는 몫은 거의 없다. 증권사들의 온라인수수료는 0.015% 수준. 1조원 거래가 일어나야 1억5000만원이 수수료로 떨어진다. 그나마 새로 론칭한 스마트폰 수수료는 공짜도 많다.

브로커리지 일변도에서 벗어나겠다며 서로가 육성하겠다고 나서는 IB쪽도 저가경쟁의 혈전장이 된지 오래다. 최근 1조6000억원대 한화생명 주식 매각 주간사 선정에는 수수료 0.01%를 써낸 증권사 컨소시엄이 승리했다. IB 수수료가 HTS 수수료보다 더 낮아진 것이다. 1조원대 기업공개(IPO)로 관심을 모은 SK루브리컨츠 주관사 선정에서도 저가 수수료 입찰이 논란이 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증권사들도 지점을 줄인다, 인력조정을 한다 하면서 몸집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업계를 대변하는 금융투자협회도 이같은 흐름에 동참한다며 연말 명예퇴직 실시를 앞두고 있다. 직원들에게는 연차 사용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보통 부서장급 고참 직원들의 경우, 연차수당만 한달치 월급에 육박한다. 인건비 비중이 적지 않은 금융투자업계 현실에서 비용절감 효과가 적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연차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비용절감 효과와 부서장 등 고참직원들의 업무공백을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 어렵다고 무조건 허리띠를 졸라매고 버티다 보면 좋은 날이 오겠지 하는 식으로는 급변하는 시장을 따라잡을 수 없다. 제로에 가까운 수수료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버티기로 일관하다고 해결되지도 않는다.


새로운 돌파구라고 추진하고 있는 헤지펀드 등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지난해부터 국회통과를 못하면서 제자리 걸음이다. 업계와 협회가 총력을 기울여도 쉽지 않은 난제들이 쌓여있다. 비용절감보다 더 중요한 것은 풍성한 먹거리를 찾는 것이다.






전필수 기자 philsu@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6.01.0914:18
    "손해 보고도 집못팔까" 걱정 덜어준다…지방 미분양 '환매보증' 첫도입
    "손해 보고도 집못팔까" 걱정 덜어준다…지방 미분양 '환매보증' 첫도입

    정부가 지방 미분양 해소를 위해 수분양자에게 일정 가격으로 되팔 권리를 보장하는 '주택환매 보증제(가칭)'를 처음 도입한다. 준공 후 미분양 1가구1주택 특례 가액기준을 6억원에서 7억원으로 상향하고, 인구감소지역 세제 특례와 기업구조조정 부동산투자회사(CR리츠) 지원도 연장한다. 공급 측면에서는 3기 신도시 1만8000가구를 포함해 올해 5만가구 착공에 나선다. 9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에서

  • 26.01.0914:05
    디지털자산 제도화 본격화…스테이블코인·현물 ETF까지 제도권 편입
    디지털자산 제도화 본격화…스테이블코인·현물 ETF까지 제도권 편입

    정부가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 마련을 포함한 디지털자산 제도화에 속도를 낸다. 디지털자산 기본법(가상자산 2단계 법안) 입법을 통해 발행·유통·거래 전반을 포괄하는 규제 틀을 마련한다. 또한 디지털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기관은 9일 오후 '2026 경제성장전략'을 통해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 마련 등 디지털자산을 제도화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법안은

  • 26.01.0914:00
    국장 장기투자 촉진 ISA 신설…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
    국장 장기투자 촉진 ISA 신설…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

    정부가 국내 장기 주식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세제 혜택을 대폭 확대한 생산적 금융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출시한다. 투자 시 납입부터 배당까지 '더블 혜택'을 주는 국민성장펀드·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펀드도 출시한다. 국내외 산업과 자산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수익을 창출하는 '한국형 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하기로 했다.9일 재정경제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발표했다. 정부는 60

  • 26.01.0914:00
    "국장 장기투자 촉진" 세제혜택 늘린 '생산적금융 ISA' 신설
    "국장 장기투자 촉진" 세제혜택 늘린 '생산적금융 ISA' 신설

    생산적 금융을 강조해온 이재명 정부가 국장 장기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생산적 금융 개인종합투자계좌(ISA)'를 신설한다. 일정소득 이하의 청년을 대상으로 한 '청년형 ISA'는 물론, 비과세 200만원이 적용되는 기존 ISA 대비 세제혜택을 대폭 확대한 '국민성장ISA'도 선보일 예정이다. 재정경제부, 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부처는 9일 오후 이러한 내용을 포함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공개했다. 생산적 금융 기치 하에 첨단

  • 26.01.0914:00
    7월부터 24시간 외환시장 개방…MSCI선진지수 편입 박차
    7월부터 24시간 외환시장 개방…MSCI선진지수 편입 박차

    정부가 오는 7월부터 외환시장을 24시간 개방해 원화 국제화에 나선다. 역외 원화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련 규제를 정비함으로써 한국 증시의 숙원이자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 기관은 9일 오후 '2026년 경제성장 전략'을 공개하면서 이러한 내용의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위한 외환·자본시장 종합

  • 26.01.1609:11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월 15일)※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전화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윤희석 : 감사합니다. 소종섭 :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제명 처분을 할 것이라고 예상을 했나요? 윤희석 : 어느 정도는 예상했었죠

  • 26.01.1416:21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출연 :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1월 14일) ※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함께 여러 가지 이슈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잘 지내셨죠? 이준석 : 예, 그렇습니다. 소종

  • 26.01.1008:01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808:49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710:25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1월 5일) 소종섭 : 어서 오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장성철 :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소종섭 : 이 얘기부터 해보죠.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와 관련해서 폭언했다, 보좌진에게 갑질했다, 남편이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등 의혹이 쏟아집니다. 그런데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