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지난 26일 급거 중단된 나로호 3차발사 일정이 난항을 겪고 있다. 나로호 3차발사 관리위원회(이하 관리위원회)가 29일 오전 11시에 열리지만 구체적 발사 날짜는 정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위원회는 헬륨가스를 넣던 중 파손된 고무링(Seal)은 모스크바로 보내 추가 정밀 분석을 하기로 했다. 이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발사 일정은 잠정 중단돼 이달 내 발사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또 한번의 발사 실패는 나로호 발사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축적된 문제들이 폭발한 것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 측이 러시아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나로호 3차발사 연기를 두고 우리나라와 러시아 기술진 사이에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문제가 표면화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문제가 된 부분은 고작 3~4㎝에 달하는 고무링(실, Seal)이다. 나로호는 발사되지 못하고 다시 조립동으로 옮겨졌다. 작은 문제일 수 있지만 검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러시아는 이 고무링에 대한 정밀감식이 필요하다며 모스크바로 보냈다.
지난 26일 헬륨가스를 넣던 중 고무링이 파손되면서 발생한 나로호 3차 발사 연기는 시간이 지나면서 미묘한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항우연 박정주 발사체추진기관실장은 26일 오전 긴급 브리핑에서 "고무링은 러시아가 제작했고 러시아가 책임질 부분"이라고 말했다. 1단과 발사대 부분을 연결하는 포트로 러시아가 관할하는 기술이라는 지적이었다.
26일 오후 들어 입장에 변화가 생겼다. 항우연 조광래 나로호발사체추진단장은 오후 브리핑에서 "고무링이 러시아에서 만들어진 것은 맞다"며 "고무링이 왜 파괴됐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말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며 책임소재를 판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헬륨가스를 주입하는 임무는 우리나라가, 헬륨가스가 들어가는 1단과 발사대 연결 포트는 러시아가 담당한다. 두 가지가 동시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에 책임 소재가 특정 나라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설명이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작은 고무링 하나 때문에 발사가 중단됐느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국내 우주기술(ST)의 한 전문가는 "작은 고무링으로 발사가 중단됐다고 하는데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원인은 고무링이겠지만 러시아가 독점하고 있는 1단 발사체에 심각한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엄격히 통제되고 있는 나로우주센터 발사동에는 러시아 연구진 180명, 국내 연구진 200명이 상주한다. 1단 발사체와 관련해서는 우리나라 연구진들의 접근이 허락되지 않는다. 파손된 고무링을 모스크바에 보내겠다고 하면 우리나라는 수긍해야 한다. 울며 겨자먹기로 따라야 한다. 1단 발사체에 대한 기술이전이 없는 상황에서 빚어지는 문제점이다.
문제 해결은 간단하다. 한국형 발사체(KSLV-Ⅱ)를 국내 기술로 개발하면 된다. 러시아와 나로호(KSLV-Ⅰ)발사에 대한 기술협약을 체결한 배경에는 한국형 발사체 개발을 앞당기기 위한 목적이 있다. 한국형 발사체는 2021년 8월 발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총 1조5449억 원이 투입된다. 한국형 발사체가 완성되면 러시아에 기댈 필요가 없다. 한국형 발사체로 가는 중간 과정에서 러시아가 도움이 되는 게 아니라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
정종오 기자 ikok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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