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소음도 경기의 일부."
28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KB금융스타챔피언십 최종 3라운드를 중계하던 TV해설자가 장하나(20)가 여러 차례 샷을 멈추는 등 유독 갤러리의 소음에 민감하게 반응하자 "샷을 하는 순간에는 조용하게 지켜봐주는 성숙된 갤러리문화가 필요하다"며 "하지만 선수들도 무조건 짜증만 낼 게 아니라 이를 극복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물론 장하나의 긴박한 상황을 십분 이해한다. 메이저대회 마지막 날 공동선두에서, 그것도 생애 첫 우승이 결정되는 중요한 승부처였다. 최근 한국의 갤러리문화가 연일 도마 위에 오르는 까닭이기도 하다. 선수들이 샷을 하는 도중에 소음을 내고, 카메라를 들이대고,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의 플레이가 끝나면 우르르 이동해 다른 선수를 곤혹스럽게 한다.
선수들은 그래서 이구동성으로 불만을 토로한다. "한국 갤러리는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기본이 안 돼 있다"는 말도 나온다. 최경주(42)는 아예 자신이 직접 칼을 빼들기도 했다. 호스트로 나선 CJ인비테이셔널에서 지난해 휴대폰 사용을 통제한데 이어 올해는 "담배 연기가 없는 대회를 만들겠다"며 입장 시 휴대폰과 담배를 맡기는 보관소까지 운영했다.
그렇다면 갤러리 입장은 어떨까. 조금만 움직여도 선수들이 노려보고, 담배 핀다고 구박받는 대회장을 찾고 싶은 마음이 과연 생길까. 선수들이야 경기 자체가 직업이지만 갤러리는 다르다. 바쁜 시간을 쪼개서 현장을 찾고, 어떤 때는 휴대폰을 통해 중요한 업무도 처리해야 한다. 성숙된 갤러리문화 속에는 즐길 권리도 포함돼 있다고 항변하지는 않을까.
당연히 선수들의 플레이를 배려해야 최상이다. 또 시간이 흐르면서 실제 국내 갤러리문화도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아직은 다소 부족하지만 지금은 그 과정의 일부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이나 유럽의 선수들이 늘 쾌적하게 공을 치는 것도 아니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은 시끄러울 수밖에 없다. 양용은(40)도 그랬다. "비싼 돈 내고 와서 좋아하는 선수 응원도 하고, 사진도 찍어야지요. 결국은 선수들이 극복할 수밖에 없는 문제"라고.
대회장인 스카이72는 더욱이 인천 공항이 인접해 있고, 고속도로가 지나는 곳이다. 세계의 허브공항답게 수시로 비행기가 이착륙하고, 차량의 굉음이 엄청나다. 이런 특별함이 아니더라도 다른 대회도 사정은 비슷하다. 선수들 앞에는 언제나 사진기자와 중계 카메라가 운집해 있다. 선수들은 더 큰 방해요소에는 관대하면서 왜 갤러리의 소음에만 눈총을 주는 것일까.
예전에 캐디 스티브 윌리엄스가 카메라를 빼앗아 연못에 집어 던질 정도로 갤러리를 귀찮아했던 타이거 우즈는 2009년 '섹스스캔들'이 불거지면서 슬럼프에 빠지자 오히려 갤러리를 그리워했다. 자신을 따르는 갤러리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우승에도 가깝다는 이야기다. 선수들은 알아야 한다. 갤러리가 없는 조용한 무대에서 혼자 경기하는 것만큼 무서운 일은 없다는 것을.
골프전문기자 golf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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