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외교노력도 한몫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최대열 기자]"어린 시절 미군으로부터 헌 옷이라도 얻어 입겠다고 했던 한 소년이 지금 이나라의 대통령이 돼서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 유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 17일 인천 송도에서 열린 GCF 이사회 환영리셉션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한 말이다. 개인적 체험을 회고한 말이었다. 하지만 지난 100여년 새 일제시대와 6ㆍ25 전쟁을 거치면서 식민지 수탈ㆍ전쟁의 참화를 극복하고 원조대상국에서 원조국으로 변신한 유일한 나라인 대한민국의 위상 제고를 상징적으로 표현해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2008년 취임한 이명박 대통령은 세계 최장기의 경제 호황기와 역동적 민주화 과정을 거쳐 다져진 경제력과 국제적 위상을 바탕으로 '실용'을 강조하며 외교 일선에 나서 많은 성과를 창출해 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 가진 외교통상부 업무보고에서 '실용외교'를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자원외교와 같이 국익과 직접 관련되는 외교역량을 길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외교에도 예외 없이 실용외교를 지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한국은 철저히 '국익' 확보를 위한 외교에 나섰다. 2009년 9월 미국에서 열린 G20정상회의에 참가해 2010년 11월 5차 정상회의를 한국에서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그동안 미국, 캐나다 등 G20 국가 중에서도 선진국을 중심으로 열렸지만 한국은 개발도상국 가운데 처음으로 G20 정상회의를 유치, 새로운 이정표를 썼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 등 전 세계적으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던 상황에서 한국에서 열린 G20정상회의는 위기극복을 위해 국제적인 공조가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올해 초 열린 서울 핵안보정상회의는 그간 국내에서 열린 어떤 국제행사보다 각국 정상급 대표가 많이 참석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지난 3월 열린 회의에는 전 세계 각국 53개 나라에서 58명에 달하는 정상급 인사가 참여했다. 당시 회의에 참석한 일부 국가 정상은 이 대통령과 양자회담을 갖기 위해 회의가 열리기 며칠 전에 들어와야 할 정도였다.
앞서 두번의 실패를 딛고 세번째 도전결과 유치에 성공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15년 만에 다시 진입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 역시 국익을 앞세운 외교성과다. 지난해 6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의 개최지 1차 투표에서 평창은 95표 가운데 63표를 확보해 유치를 확정했다. 앞서 벤쿠버(캐나다), 소치(러시아)와의 경쟁에서 2차투표까지 가는 접전 끝에 아쉽게 실패했지만 정부와 지자체, 재계 등 각계 주요 인사들로 구성된 우리 유치위원회는 끝내 성공했다.
최근 유엔 총회에서 결정된 비상임이사국 진출은 앞서 한국이 한차례 이사국을 역임한 적이 있는 데다 경쟁상대였던 캄보디아의 견제가 만만치 않았음에도 전 세계 흩어진 재외공관까지 모두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선 결과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안보리 이사국 진출을 위해 2007년 입후보 선언 후 전 재외공관의 외교망을 개동하고 각종 회담, 특사파견을 비롯해 지난달 유엔총회에서 40여명의 외교장관을 만났다"며 "모든 정상회담이 있을 때마다 대통령도 지지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지난 20일 인천 송도 유치에 성공한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은 대규모 국제기구가 비유럽ㆍ북아메리카 지역에 설치된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한국의 높아진 국격을 증명해준다는 분석이다.
GCF 유치는 이 대통령이 취임 후 내세운 '녹색 성장'이 기후변화협약 등 전세계적인 환경 우선주의 조류와 맞물리면서 한국이 세계적인 녹색 이슈를 선도하는 국가로 인정받았던 것이 큰 역할을 했다. 송영길 인천시장 등의 노력으로 서울이 아니라 '녹색 도시' 콘셉트로 개발된 송도국제도시를 유치 후보 도시로 선정한 것도 효과를 발휘했다.
특히 GCF는 앞으로 홍릉 연구단지에 2014년 입주예정인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 녹색기술센터(GTC)와 연계해 운영된다. 지식, 기술, 자금 세 요소 간 협력체계를 갖춘 녹색 트라이앵글을 구축하는 것. 이에 따라 전 세계적 난제로 꼽히는 기후변화와 관련해 국제사회의 해결방안 모색과정에서 우리나라가 참여하는 파이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GCF 유치라는 성과를 거뒀지만 남은 과제도 만만치 않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가운데 온실가스 배출증가율은 가장 높은 수준이다. 원자력발전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정부의 입장도 논란이 될 전망이다. 앞으로 예정된 GCF 기금 8000억달러 모금도 기간 내에 가능할지 미지수다.
김봉수 기자 bskim@
최대열 기자 dychoi@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