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한국시장 판매부진……佛, 수입늘어 EU에 진정서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프랑스가 유럽연합(EU)에 요청한 한국산 자동차 '견제책'이 그대로 받아들여질지 19일 결정된다.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 미국은 자국산 자동차가 한국 시장에서 잘 팔리지 않는다며 볼멘소리를 냈다. 각기 다른 곳에서 한국의 자동차 산업과 시장을 겨냥한 이 같은 움직임은 그만큼 관심이 높아졌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카렐 드 휴흐트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지난 16일 박태호 통상교섭본부장을 만나 이 같은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휴흐트 집행위원은 "프랑스 정부가 요청한 사전 동향관찰에 관해 19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프랑스 정부는 "한국산 자동차 수입이 늘고 있다"며 지난 8월 EU 측에 동향관찰을 요청했었다. 이는 자국 내에서 특정지역의 제품 수입이 늘어났을 경우 통상정책을 담당하는 EU에 진정서를 내는 제도로, EU가 프랑스의 요청을 받아들인다면 한국에서 수출하는 조건이 까다로워진다. 산업피해가 심각하다면 긴급수입제한조치(SG)까지 내려질 수 있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18일 "EU의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알 수 없다"고 했지만 정황상 프랑스의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휴흐트 위원은 최근 현지 인터뷰에서 "(프랑스의 주장은)사실이 아니다"며 한국산 자동차가 불공정경쟁을 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현지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올해 들어 9월까지 EU시장에서 신차등록대수는 7.6% 줄었다. 대부분 업체가 감소세를 보인 가운데 대중차 브랜드로는 현대기아차가 유일하게 13%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아직 EU 시장 점유율은 6% 안팎으로 미미한 수준이라 통상정책을 통해 견제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내다 봤다.
최근 한국을 다녀간 웬디 커틀러 미국 무역대표부(USTR) 아ㆍ태담당 대표보는 미국산 자동차가 한국시장에서 불리한 대우를 받고 있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물었다. 그는 "배기가스 등 환경관련 규제나 각종 세금정책이 미국차를 겨냥한 게 아니냐"며 우리 당국에 자동차 관련정책을 면밀히 검토해 달라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통상정책을 담당하는 고위관리가 이 같은 점을 어필한 건 곧 있을 미국 대선과 연관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한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으며 강조했던 게 미국 자동차 산업에 유리하다는 점이었으나 정작 그 효과가 제대로 나고 있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최대열 기자 dy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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