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재연 기자]올 상반기 헤지펀드 청산 건수가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8일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는 헤지펀드 조사업체 헤지펀드리서치(HFR)의 통계치를 인용해 지난 상반기 전세계적으로 424개의 헤지펀드가 청산됐다고 전했다. 이는 전년 동기대비 14% 증가한 것으로 2009년 상반기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금융 시장 예측이 어려워지면서 운용성적이 부진한 것이 계기가 됐다. 주가가 회복되기 시작한 7월 이후에도 헤지펀드의 고전은 계속되고 있다.
미국의 중견헤지펀드 옥타비안 투자자문은 이달 중 펀드를 청산하기로 했다. 펀드 운용자인 리차드 폴비츠는 "거시경제와 정치적 요인으로 인해 시장이 요동치는 바람에 수익률이 부진했다"고 말했다. 이 펀드는 파산 직전의 저가 기업에 투자하는 전략을 내세워왔지만 올해 들어 투자 수익이 급락 하면서 청산을 결정했다.
헤지펀드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무어캐피탈의 루이스 무어 캐피탈회장도 최근 투자 규모를 축소했다. 운용 자금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20억 달러를 고객에게 돌려준 것이다. 루이스 무어 베이컨 회장은 "시장의 유동성과 투자 기회가 한정되어있다"고 인정했다.
헤지펀드의 운용실적은 주가 평균도 못 따라가고 있다. HFR에 따르면 지난 1월~9월 미 다우지수가 약 10% 상승하는 동안 헤지펀드 전체의 투자 수익은 절반에 그쳤다.
일반적으로 헤지펀드들은 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수익을 내는 절대 수익을 내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러나 최근 헤지펀드의 수익률은 주요 연기금 등 대형투자가들의 기대 수익률 8%에 못 미치고 있다.
낮은 수익률에 불만이 쌓인 투자자들은 펀드에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유력 헤지펀드인 캑스턴어소시에이츠는 지난 9월 수수료를 인하한다고 밝혔다. 낮은 수익률에 높은 수수료를 낼 수 없다는 투자자들의 불만은 받아들인 것이다.
앞으로의 전망도 불투명하다. 중국의 경기 둔화와 유럽의 재정 문제 등 거시 경제 상황이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한 펀드 운용영자는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 지 알 수 없어 유연한 운용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과거의 경험들이 통하지 않는 투자 환경이라는 설명이다.
저금리에 투자자들의 자금이 몰리며 헤지펀드의 운용 자산은 약 2조 달러로 사상 최고 수준이지만 수익률이 받쳐주지 못해 업계는 고민에 빠진 상황이다. 니혼게이자이는 계속 운용실적이 저조할 경우 자금 유출과 펀드 폐쇄가 계속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재연 기자 ukebi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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