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원톱' 박주영(셀타 비고)을 위한 시험 무대는 실패로 끝났다. 경기력에 대한 우려와 병역 논란을 극복하고 다시 찾은 태극마크. 올림픽대표팀과 소속팀에서의 활약으로 기대감을 높였지만 1년 가까이 지속된 '최강희 호'와의 악연은 쉽게 털어내지 못했다.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7일 새벽(한국 시간) 이란 테헤란의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4차전 이란과의 원정경기에서 0-1로 패했다. 박주영은 최전방 공격수로 풀타임을 소화했지만 무기력한 플레이로 패배를 자초했다.
기대만큼 실망이 컸던 결과였다. 대표팀 부동의 원톱 이동국(전북)이 명단에서 제외되면서 박주영 특유 ‘킬러 본능’에 관심이 쏠렸다. A매치 23골 가운데 11골을 중동 팀을 상대로 몰아친 화려한 이력은 해결사 역할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38년간 이어진 테헤란 징크스 앞에 '중동 킬러'의 명성은 찾아볼 수 없었다.
결과적으로 90분간 박주영이 보여준 활약은 초라했다. 전반 34분 세트피스 상황에서 나온 한 차례 슈팅을 제외하고는 그라운드 안에서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파트너로 호흡을 맞춘 김신욱(울산)과의 유기적인 플레이도 엇박자를 일으켰다.
대표팀 내 침묵의 시간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박주영은 지난해 11월 아랍에미리트연합(UAE)전 이후 1년 가까이 A대표팀에서 득점포를 가동하지 못했다. 이어진 병역 논란과 경기력 저하로 지난 2월 쿠웨이트전 이후 한동안 태극마크와 멀어졌다.
최근 런던올림픽 동메달과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데뷔골은 부활의 신호탄으로 비춰졌다. 최 감독의 부름을 받고 우즈베키스탄과의 예선 3차전에서 교체로 나선 박주영은 두 경기 만에 원톱의 중책을 맡았지만 결정적인 순간 진가는 드러나지 않았다.
공격진 변화에 대한 남다른 의지를 보인 최강희 감독의 한숨이 더욱 깊어지는 이유다. 고심 끝에 내민 박주영 카드가 제 몫을 해내지 못하면서 향후 전술 운용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흥순 기자 s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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