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기 차입 확대..외환유동성 여유 있어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무디스 등 국제신용평가사들이 잇달아 우리나라 신용등급을 상향조정하면서 지난달 국내 은행의 외화조달비용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외환부문의 위험성지표(정상, 요주의, 준위기, 위기)가 지난달 '정상'단계에 진입했다.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평균 단기차입 가산금리는 5.9bp로 연중 최저 수준에 근접했다. 1년물 가산금리는 102bp로 전월보다 45bp 떨어졌다.
10년물 기준 가산금리는 1월 305bp에서 지난달에는 155bp로 하락했다.
외화자금 조달이 쉬워지면서 국내은행들의 차입 형태도 단기 보다 중장기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단기외화차입 비중은 2009년 말 34.4%에서 지난 8월 말에는 22.5%로 떨어졌고 단기외채비중도 2009년 말 43.2%에서 지난 6월말 32.5%로 하락했다.
중장기 차입 비중 확대는 차환율에서도 확인된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차환율은 단기가 89.5%, 중장기는 150.3%를 나타냈다. 단기는 순상환되는 반면 중장기는 향후 조달비중이 만기 상환보다 높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장기조달-단기운용으로 인한 역마진 발생 규모가 1억8000만달러에 달하는 등 자금운용의 어려움이 제기되고 있지만 조달비용이 낮아진데다 우리나라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해서는 치러야 하는 보험과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1억8000만 달러는 은행들이 감내할 수 있는 정도며 신용등급 상향에 따른 가산금리 하락을 25bp만 가정하더라도 역마진 규모의 약 2배에 달하는 차입비용이 절감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지난달 외화유동성 비율은 3개월의 경우 107.7%, 1개월갭은 2.3%, 7일갭은 2.0%를 기록하는 등 외환건전성 비율이 모두 지도비율을 크게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이 같은 결과를 바탕으로 일단 외환흐름이 양호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지만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중장기 자금조달 비중 확대 등으로 유동성 관리를 지속적으로 펼칠 방침이다.
특히 국내은행이 이미 확보한 외화여유자금이 중소기업 등 취약부문으로 확대 공급될 수 있도록 적극 독려할 방침이다.
현재 수출입 등 정책금융기관 이외에도 하나, 외환, 부산, 수협 등은 총 12억달러 규모의 중소기업 무역금융 전용기금을 별도 조성해 지난달부터 운용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들이 보유한 외화유동성을 활용해 실물부문에 대한 지원이 확대되도록 노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최일권 기자 i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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