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선호 기자] '투표시간 연장'을 위한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국정감사에서 민주통합당의원들이 적극적으로 문제제기 한데 이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하 민변)은 헌법소원을 내고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요구했다. 다만 이 사안이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받더라도 국회 법률 개정까지 이어지려면 시간이 필요해 올해 대선 전에 이슈가 마무리 될지 미지수다.
9일 민변은 오전 헌법재판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투표시간을 오전 6시에서 오후 6시로 제한하고 있는 현행 공직선거법 제155조 1항이 위헌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민변은 선거에 참여가 어려운 국민 100명을 청구인단으로 선정해 헌법소원 및 효력정지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민변은 투표시간 제한으로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훼손되고 평등권, 행복추구권을 박탈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비정규직 등 근무시간이 일정하지 않거나 소규모 자영업자 등 대체자가 없이 장시간 근로를 해야 하는 국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8일 열린 헌법재판소 국정감사에서는 민주통합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투표시간 연장에 대한 헌재의 판단을 묻는 질의가 쏟아지기도 했다.
박범계 민주통합당 의원은 "비정규직의 35%만 자발적으로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고 나머지 65%는 고용계약상 외부로 외출이 불가능하거나 임금감액 우려, 상사의 눈치 때문에 사실상 투표를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같은 당 최원식 의원도 "소득이 높고 고용이 안정돼 있는 고학력자는 투표에 적극참여하고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한 계층을 투표 참여를 어렵게 하는 현실적 여건이 있다"며 "경제적 불평등이 정치적 불평등으로 다시 경제적 불평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서영교 민주통합당 의원도 "투표시간을 연장하는 것은 현실에서 참정권 행사가 어려운 국민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 의원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영국은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투표시간을 정하고 있으며, 미국(오전 6시~오후 7시 또는 8시), 일본(오전 7시~오후 8시), 이탈리아 (오전 6시~오후 10시), 스페인(오전9시~오후 8시) 등이 투표마감 시간을 오후 8시 이후로 정하고 있다.
투표시간 연장에 대한 판단은 헌재로 넘어왔다. 헌재는 심판사건 접수일로부터 180일 이내에 사건을 처리한다는 규정을 갖고 있다. 다만 국민적 관심이 높거나 사회전체에 소모적 논쟁 우려가 있는 등 내부기준에 따라 적시처리사건으로 선정해 사건을 신속하게 결정하기도 한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2007년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의 주가조작 등 범죄혐의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 위헌확인 사건 등은 적시처리 사건으로 선정돼 짧게는 13일에서 길어도 3달 안에 사건이 마무리됐다.
국감에 출석한 김택수 헌재 사무처장은 "투표마감 시간 연장 사건이 적시처리사건 기준에 부합하는 측면이 있다는 것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헌재가 투표시간을 오후 6시로 제한하는 현행 선거법이 위헌이라고 판결하더라도 국회의 법률 개정 절차가 남는다. 지난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소위에서는 투표시간 연장법안이 새누리당의 반대로 무산되기도 했다. 새누리당은 투표시간이 길어질 경우 투·개표 비용이 추가로 들어가는 등의 이유를 들고 있다.
지선호 기자 like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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