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스타K 4> 금 Mnet 밤 11시
음악 없는 음악 오디션. 형용모순 같지만, <슈퍼스타K 4>(이하 <슈스케4>) 슈퍼위크의 마지막 에피소드가 그랬다. 4년간 이어져 온 시리즈 사상 처음으로 단 한 차례의 무대도 없는 에피소드가 된 것이다. “보다 진화된 단계”라는 자화자찬과 함께 도입된 슈퍼위크 마지막 단계 ‘파이널 디시젼’은 참가자들의 무대 대신 참가자들의 됨됨이와 열망을 보는 심층면접이다. 하지만 생방송 무대가 간절하지 않을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 과연 무엇이 기준인지 모호해진 면접 자리에서 참가자들은 갈피를 못 잡고 헤맨다. 무대 대신 참가자들의 인성을, 과거를, 가정형편을, 장애를, 태도를 말하는 동안 노래는 쇼에서 자취를 감추고, 그렇게 눈물을 흘리는 참가자들과 심사위원들의 신파가 한바탕 지나가고 나면 뒤에는 합숙소에 들어선 TOP10의 시트콤이 이어진다. <슈스케4>가 즐겨 쓰는 말처럼, ‘사상 초유의 일’이다.
물론 참가자의 캐릭터성과 쇼 전체를 관통하는 서사는 시리즈의 흥행을 불러온 주요 요소다. 그러나 참가자들의 음악적 지향과 캐릭터의 절묘한 조화가 폭발력을 일으켰던 앞 시즌들에 비하면, <슈스케4>는 그 어느 때보다 더 악랄하게 꼬아놓은 플롯 안에 참가자들을 던져놓고 그들이 괴로워하는 모습에만 기대 서사를 구축한다. 앞 시즌들과는 달리 <탑밴드>, ‘K-POP 스타’와 같이 특정 장르에 특화된 오디션들과 인력풀을 나눠 써야 하는 <슈스케4>가 참가자들의 음악적 개성을 캐릭터로 연결시키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점은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그 상황을 보다 음악에 집중하는 것으로 돌파하는 대신, 극적 재미를 위해 음악을 희생하고 그 자리를 서사로 채운 제작진의 선택은 음악 오디션이라는 <슈스케4>의 정체성을 흔들었다. <슈스케4>가 생방송에서 완성도 높은 경연을 통해 자신을 증명해 보이지 못하면, 어쩌면 우리는 이 시리즈의 장르명을 다시 고민해야 할지 모른다. 팥이 없는 팥빙수를 계속 팥빙수라 부를 수는 없는 법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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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이승한(자유기고가) 외부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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