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민규 기자] 경제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전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기업들의 수출 전선에도 적잖은 타격을 받고 있다.
4일 코트라에 따르면 올 상반기 세계 무역 규모는 18조1890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지난 4월 세계무역기구(WTO)가 예상했던 올해 무역 증가율 3.7%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문제는 주요국들의 하반기 교역환경 개선 여부도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코트라가 최근 중국·미국·브라질·인도·유럽 등 해외 주요 수출시장에 위치한 66개 무역관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6개 무역관에서 올 들어 8월말까지 총 44개의 보호무역 조치가 확인됐다. 여기에는 우리나라 수출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수입관세 인상 및 수입절차 강화, 반덤핑 혐의 조사 개시 등이 포함돼 있다.
신규 반덤핑 조사 개시 및 기존 반덤핑관세 연장과 함께 자국산 사용 의무화, 외환규제, 수입관세 인상 등 보호무역주의 유형도 다양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WTO 출범과 자유무역협정(FTA) 확산에 힘입어 지속적으로 낮아진 수입관세가 신흥국을 중심으로 다시 오르는 데다 2차전지 등 선진국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이 가격담합 및 반독점법 위반으로 피소되는 등 견제도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8월 현대중공업과 효성 등이 제조한 한국산 변압기에 평균 22%의 반덤핑관세를 부과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이에 따라 2017년까지 5년간 반덤핑 관세가 적용돼 수출물량 감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올 상반기 한국산 변압기의 대미 수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16.3% 감소한 1억3800만달러에 그쳤다. 한국 업체들은 이미 미국 상무부 예비판정 결과가 고시된 지난 2월부터 덤핑마진율에 상당하는 현금을 관세청(CBP)에 지불해왔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은 지난 7월 한국과 멕시코산 세탁기를 반덤핑으로 예비판정했다. 반덤핑관세율은 대우 82.41%, LG 12.15%, 삼성 9.62%에 이른다. 이뿐만 아니라 수출 보조금 지급 혐의로 최고 70%의 상계관세까지 부과해 한국산 제품의 가격경쟁력을 크게 떨어뜨리고 있다.
미국 법무부도 현재 삼성SDI와 LG화학·소니·파나소닉 등을 대상으로 2차전지 제품의 가격담합 여부를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담합 사실이 인정될 경우 가격담합에 따른 부당이익의 2배 또는 소비자 손실액의 최대 2배를 벌금으로 납부하게 된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 7월 한국과 미국에서 수입한 태양광 폴리실리콘의 반덤핑 및 보조금 지원 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올 1~7월 중국의 태양광 폴리실리콘 수입량은 미국산이 1만9941t으로 전체의 41.5%를, 한국산이 1만2300t으로 25.6%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이번 조사로 자국 태양광발전산업을 구제하고 한국과 미국 기업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지난 1월말부터 삼성전자를 'FRAND(Fair, Reasonable And Non-Discriminatory: 유럽통신표준연구소가 제정한 특허기술 사용에 관한 조건)' 위반혐의로 조사 중이다. 향후 독점지위 남용이 인정될 경우 삼성전자의 글로벌 판매액의 최대 10%에 달하는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코트라 관계자는 "유로존 재정위기의 장기화로 세계 경제의 한축을 담당하고 있는 브릭스(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국가들의 무역수지와 재정수지가 더블적자 상황에 직면해 올 하반기에도 세계 각국의 보호무역주의는 더욱 확산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박민규 기자 yu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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