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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 1주기]소비자의 구루, 노동자엔 악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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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재연 기자]2010년 4월 29일. 중국 베이징의 애플스토어 앞에 사람들이 줄지어 섰다. 아이폰 4를 기다리는 젊은이들의 행렬이었다.


그로부터 한달 뒤 중국 청두의 한 공장. 애플의 위탁제조업체 폭스콘에서 한 젊은이가 투신자살했다. '최악의 업무 환경'이라는 폭스콘 공장에서 일어난 연이은 자살 사고였다.

[스티브 잡스 1주기]소비자의 구루, 노동자엔 악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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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 끊임없는 혁신과 영감으로 전세계 소비자들을 매혹시켰던 스티브 잡스지만 노동자들에겐 한없이 잔인한 CEO였다. 해마다 최고의 프레젠테이션으로 세계개발자컨퍼런스(WWDC)에 모인 IT팬들을 만족시킨 잡스지만 직원을 해고할 때는 어떤 관용도 내보이지 않은 그였다.


평소 잡스의 제품 설명회는 단순한 설명회로 그치지 않았다. 이는 애플의 제품이 소비자들에게 단지 '제품'이 아니었던 것과 같다. 2007년 1월 9일 "우리는 오늘부로 모바일폰을 재탄생시킬 것이다"라는 그의 말과 함께 선보인 아이폰에 전세계 IT팬들은 환호했다. 1984년 매킨토시, 2001년의 아이팟에 이은 새로운 역사의 시작이었다.

그는 가치를 이야기하는 몇 안되는 CEO이기도 했다. 잡스는 생전에 "애플은 단순히 기술을 기반으로 한 기업이 아니다"라며 "애플을 돋보이게 하는 건 인문학에서 가져온 인간성과 기술을 연결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르게 생각하라(Think different)는 애플의 철학을 평생에 걸쳐 보여준 혁신가였다.


그러나 노동자들에 대한 생각은 평생 다르게 생각하지 못한 것도 그였다. 잡스가 말하는 인문학에 그의 회사와 함께 일하는 사람은 없었던 셈이다. 연초 알려진 그의 발언은 큰 파장을 불러왔다. 잡스는 자신에게 "왜 아이폰을 미국에서 만들 수 없나"고 묻는 버락 오마마 대통령에게 "그런 일자리는 다시 안돌아 온다"고 단언했다. 값싼 임금, 생산성, 빠른 생산에 무게를 두는 그의 철학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애플의 제조 하청업체 폭스콘에는 다리가 부어 제대로 걷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많다. 20명이 방 3개짜리 아파트에 살고 있으며 독성 화학물질에 중독되어 후유증에 시달리는 노동자만 137명이다. 주 노동시간 70시간을 초과하는 일은 다반사다. 잡스는 그러나 개인적으로 주고 받은 이메일에서 "노동력 착취는 없었다"라며 "모든 자살이 비극적이기는 하지만 폭스콘의 자살률은 중국의 평균보다 훨씬 낮다"고 했다.


그는 무관용의 CEO이기도 했다. 엘리베이터에 같이 탄 직원에게 맡고 있는 업무를 물은 뒤 제대로 답하지 못하면 내리면서 "당신 해고야"라고 말했다는 일화도 있다. 최고재무책임자(CFO)에게 애플만의 간단한 회계방식을 만들어 오라고 했다가 그 일을 못하자 경질한 적도 있다.


그는 2005년 스탠포드대 졸업식 축사에서 "현재와 미래가 어떻게든 연결되야 한다"는 걸 믿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언제나 더 나은 것을 갈망하며 앞만 보고 우직하게 살아가라"고 조언했다. 축사를 통해 췌장암으로 삶과 죽음에 대한 통찰을 이야기한 그이지만 정작 2010년 이후 10명의 자살과 3명의 폭발사고에 대해서는 죽을 때까지 아무 말이 없었다.


소비자들은 그에게서 영감을 얻고 노동자들은 그에게서 공포를 본다. 그가 죽은 지 1년 뒤에도 그에 대한 명암은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 7일 폭스콘이 세계 최악의 직장이라는 오명을 얻은 2주 뒤 애플은 아이폰 5를 출시했다. 그리고 아이폰5 출시와 함께 폭스콘의 노동자들은 폭동을 일으켰다.




김재연 기자 ukebida@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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