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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영, 난 '펀(Fun)'으로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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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기업이라 '신뢰'를 우길 순 없었던 그는 발상을 바꿨다
-현대카드가 꺼낸 경영카드의 비밀
-서울大서 강의한 정 사장의 '게임의 법칙'論
-당나귀가 귀염받겠다고 강아지처럼 무릎에 앉으랴
-류승범이 서울대생을 공부로 이기려하면 바보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한 여자를 두고 두 남자가 경쟁한다고 칩시다. 상대방이 배우 류승범 스타일로 여성에게 접근한다고 해서, 저도 똑같이 따라하면 경쟁이 될까요? 저는 제 나름의 매력으로 게임을 이끌어야지. 당나귀가 강아지를 따라하면 어떻게 되죠? 강아지가 주인 무릎에 올라간다고 당나귀도 따라하면 따귀맞습니다."

가을의 햇살이 교정을 비추는 26일 오후 5시, 서울대학교 SK경영관 331호 강의실. 강연자의 한 마디 한마디에 청중들의 웃음이 연달아 터진다.


이번 학기들어 매주 수요일 똑같은 시간, 경영관 331호에선 현대카드의 마케팅 성공사례에 대한 강의가 열린다. 하지만 이날의 열기는 특히 뜨겁다. 바로 정태영 현대카드ㆍ캐피탈 사장(사진)이 직접 강연에 나서는 날이기 때문이다. 정 사장은 이번 학기 두 차례 강연한다.

정 사장이 갑자기 이성을 유혹하는 방법을 설명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정 사장 특유의 '게임의 법칙(Rule of Game)'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본인을 제대로 파악하고, 본인이 주도가 되는 게임을 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


그는 일례로 현대카드의 문화 마케팅을 들었다.


슈퍼콘서트를 통해 현대카드가 문화 마케팅의 선두주자로 올라섰고, 여타 카드사들도 너도나도 뛰어들었지만 이 게임은 현대카드에 애초부터 유리한 게임이었다는 설명이다.


정 사장은 "처음 현대카드를 맡았을 때 현대카드는 적자였기 때문에 신뢰, 믿음이라는 단어를 눈물을 머금고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며 "이같은 출발점 때문에 스타일(Style)이나 펀(Fun)이란 단어를 모토로 잡았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말하자면 공략하는 이미지의 패러다임을 바꾼 셈인데 타사들이 이를 모르고 뒤쫓아 들어왔다"고 덧붙였다.


이어 "우리는 문화 마케팅 전문가만 200여명을 섭외해 매년 공연한다"며 "이같은 내실을 무시하고 현대카드와 비슷한 문화공연을 준비한다면 '서울대생을 공부에서 이겨보겠다는 연예인 류승범'처럼 무모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사장은 이날 본인의 인생을 바꾼 스케치 두 가지를 소개하기도 했다.


하나는 1995년, 현대모비스 멕시코법인의 공장 라인을 변화시킨 스케치였고 또 하나는 카드사로 처음 발령받았을 당시에 그린 스케치였다. 이 스케치에 그려진 아이디어를 통해 멕시코 공장은 10년 누적적자를 털었고, 2%이던 현대카드의 점유율은 16%로 8배나 성장했다.


그는 "이 두 가지 스케치는 제 인생을 바꾼 스케치"라며 "나를 스스로 정의한다면 '변화에 대한 전문가'라고 말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변화의 전문가' 정 사장은 또 다른 변화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녹십자생명에서 간판을 바꿔단 현대라이프를 변화시키기 위해 주력하고 있는 것.


그는 "남들은 23개 생보사 중 18위인 현대라이프를 몇 위로 끌어올리는지에 관심이 많지만, 내부적으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며 "현대카드에서는 구체적으로 숫자로 미션을 주는 일은 절대 없다"고 말했다. 그가 처음으로 현대라이프 담당 임원들에게 준 미션은 '보험업을 바꾸자'는 것이다.


열띤 강연이 끝난 후에는 톡톡 튀는 질문도 이어졌다.


지난 주 수업시간 여의도 현대카드 본사를 방문했다는 한 학생은 "디자인 통일도 좋지만 너무 과도하다는 생각도 드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정 사장은 "과할 때도 많은 것은 사실"이라고 웃으며 "하지만 아직도 모자란 부분도 많고, 만약 고삐를 풀었을 경우 순식간에 해이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VVIP카드인 현대카드 블랙(Black)을 만든 당시 상황을 설명해 달라는 질문에는 "2002년 처음으로 현대카드기 연회비 20만원을 받는 카드를 출시했을 때, 회원 20명을 모집한 뒤 이 카드가 사라졌었다"며 "고가 상품을 '제대로' 만들지 못했다는 생각으로 다시 연구해 결국 성공시켰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정 사장은 "때로는 옳은 결정을 내리는 것보다 결정내린 것을 옳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학생들 답게 패기있는 질문도 있었다. 정 사장 없는 현대카드를 상상해 본 적 있느냐는 질문이 나온 것. 정 사장은 "제가 없으면 지금만큼은 안 될거다"라며 청중들의 폭소를 이끌어낸 뒤 다음과 같은 말로 강의를 마무리지었다.


"현대카드가 혁신을 이어갈 수 있다면 좋은 것이죠. 그러나 내가 물러난 뒤 이후의 걱정은 안 하기로 했습니다. 칭기즈칸이 죽은 후 몽골제국이 몰락했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칭기즈칸이 아예 없었던 게 더 좋은 건 아니잖아요?"


김은별 기자 silversta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김은별 기자 silver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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