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들 '바글바글'
차 없는 세종로 시민 '북적'…상점 덩달아 '대박'
23일 차 없는 세종로를 시민들이 '점령'했다. 특히 값싸게 물건을 사고 팔수 있는 장터는 하루종일 북새통을 이뤘다. 이날 매주 광화문 열린시민광장에서 열리던 '2012 서울 농부의시장'이 장소를 세종로로 옮겨 더 크게 판을 펼쳤다. 농부의 시장은 서울 시내와 근교 텃밭에서 재배한 농산물을 생산자가 직접하고 판매하는 장터다.
판매자들은 아침부터 장(場)을 열고 꿀, 말린고추, 현미, 계란, 과일 등 각종 농산물을 선보였다. 최고 인기 품목은 사과, 떡으로 오전중에 매진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충남 보령에서 직접 생산한 꿀을 판매하는 김홍집 씨는 "평소보다 사람이 몰려서 더 매출도 늘었다"며 "충북 보령과 서울을 오가는 비용이 15만~20만원정도인데 교통비를 뽑고도 남을 정도로 장사가 잘 됐다"며 만족해 했다. 보령시양봉연구회 회장도 맡고 있다는 김 씨는 "믿고 먹을 수 있다는 게 직거래 장터의 가장 큰 장점"이라며 "추석을 맞아서 한번에 15병씩 구입한 사람도 있었다"고 말했다.
경기 양주에서 '삼순이 농장'이라는 이름으로 고추, 무화과를 재배하고 있는 김삼순씨도 "매주 참가하고 있는데 오늘은 장사가 잘 됐다"며 "오전 9시에 나와 오후 5시까지 앉아있을 시간이 없을 정도였다"고 흡족해 했다. 일손이 부족해 이날은 의경 출신 아들과 동료들이 외출을 받아 함께 판매를 돕기도 했다.
천세윤 쌈지농부 기획팀 주임은 "부스를 50개 정도 설치했는데 세종로 행사로 사람들이 많이 몰렸다"며 "정확히 계산해봐야 겠지만 평소보다 매출이 두배 이상 오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세종로에 꾸려진 장터 이외에 인근 음식점과 커피전문점도 '차없는 거리 특수'를 톡톡히 누렸다. 세종로에서 커피전문점을 운영 중인 김석현(가명)씨는 "오늘 하루, 평소와 비교해 손님이 약 30~40% 정도 늘어난 것 같다"며 "앞으로도 보행전용거리가 계속 운영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상인들 '부글부글'
"추석 대목은 옛말"…재래시장 특수 실종
추석 연휴를 일주일 여 앞둔 21일 오후 남대문 시장. 대목이라 하기엔 너무 썰렁했다.
통상 재래시장은 명절을 앞두고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을 가늠해 볼 수 있는 곳. 하지만 올 추석 경기를 묻는 기자에게 대부분 상인들은 "대목 같지 않은 대목"이라며 볼멘 소리를 냈다.
일본·중국 관광객이 몰리는 일반 잡화 쪽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 가장 힘든 곳은 과일 상가였다. 통상 추석 성수기를 앞두고 가격이 오르는데 올해는 볼라벤과 덴빈, 산바 등 연이은 태풍의 영향으로 낙과 피해가 컸다. 때문에 배, 사과 등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남대문에서 과일 장사를 하는 이모(53)씨는 "몇년 전부터 무거운 과일을 사러 재래시장까지 오지 않는데다 올해는 태풍까지 겹치면서 손님들 발길이 더 줄었다"고 푸념했다. 이어 "올 추석에 제수용품 팔아서 돈 벌기는 물 건너갔다"고 덧붙였다.
21일 농수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서울가락동시장에서 거래되는 사과 홍로 상품 15Kg 한 박스 가격은 평균 6만8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만4880원보다 23.9%올랐다. 또 신고배(상품) 15Kg은 평균 6만1800원으로 전년 같은기간 4만960원에 비해 2만원 이상 비싸다.
수산물 및 건어물 가게도 한숨이 가득하다. 건어물 가게를 운영하는 이모(56)씨는 "제수용품 주요 생산지인 남부지방의 태풍 피해가 심해 품질은 예년만 못한테 가격은 오히려 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서 제수용품 비용이 26만원 수준이라는데 턱도 없는 소리"라면서 "제사상에 싼 물건 올릴 사람이 어디 있겠나. 웬만한 물건을 구입하면 40만원 훌쩍 넘다 보니 아예 사려는 사람이 없다"고 꼬집었다.
이곳에서 17년째 수산물 가게를 운영하는 정모(52)씨는 "예전에는 대목 앞두고 신나서 일했는데 5,6년 전부터 그런 것도 사라졌다"면서 "대목이긴 해도 딱히 바빠질 일은 없다"며 불만스러워했다.
경기침체와 고물가에다 태풍까지 겹치면서 재래시장이 3중고를 겪고 있는 것이다.
의류 가게를 하는 박모(38)씨는 "예전에는 대목 전후 2~3주면 두세 달 정도 매출을 올리고 남을 정도였다"면서 "근데 요즘은 명절이라고 아이들 새 옷 입히고 하는 문화가 거의 없어졌다. 게다가 이 일대에 옷 가게들이 너무 많이 생겨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그는 올 추석 연휴엔 며칠간 가게 문을 닫을 생각이라고도 했다.
양말 장사를 하는 조모(62)씨도 "명절을 앞두고 손님들이 조금 많아진 것 같긴 한데, 그렇다고 매출까지 뛰는 건 아니다"면서 "추석 대목이라고 별반 달라질 건 없다"고 하소연했다.
다른 재래시장도 분위기는 마찬가지였다. 광장시장, 월드컵시장, 통인시장 상인들도 추석 대목을 앞두고 내심 적잖은 기대를 거는 모습이나 태풍에 따른 가격 상승을 크게 우려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백운숙 광장시장 상인총연합회 사무장은 "우리 시장은 역사가 100년이 넘어 단골손님들도 꽤 있은데다 명절 앞두고 상인들도 어느정도 기대하는 분위기"라면서도 "상인들은 태풍과 이에따른 가격 상승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통시장, 이벤트 등 고객끌기 안간힘 = 서울시내 전통시장들은 경기침체와 고물가 속에 '알뜰한 추석나기'를 내걸고 고객끌기에 발벗고 나섰다. 특히 사은품 증정, 제수용품 특별할인, 농산물 직거래 판매, 찾아가는 음악회 등 시민들의 발길을 끌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도 마련했다.
만리시장은 오는 26일까지, 이촌종합시장은 오는 27일까지 1만원 이상의 상품을 사면 경품권을 증정하고 추첨을 통해 사은품을 주는 '전통시장 이벤트 행사'를 연다. 행사기간에는 제수용품 특별할인과 농산물 직거래 판매도 한다. 방학동 도깨비시장에서는 주민을 위한 '찾아가는 음악회'도 마련했다.
이와함께 다음달 1일까지 전통시장 53개와 상점가 34개 등 총 87개 소에 한시적으로 주정차가 허용된다.
또 시장 주변에 매일 무료로 주정차할 수 있는 전통시장이 기존 13개에서 종로구 통인시장, 성동구 마장축산물시장 등 19개가 추가된다.
지선호 기자 likemore@
김종수 기자 kjs333@
나석윤 기자 seokyun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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