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미국에 이어 일본도 경기 부양책을 내놓았다. 계속된 엔화 고공행진을 막기하기 위해서다.
일본중앙은행(BOJ)은 19일 오전 정책금리 회의 직후 발표한 성명을 통해 자산매입기금을 현재 45조엔에서 55조엔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신용대출기금은 25조엔으로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기준 금리는 0~0.1%의 사실상 '제로금리'로 동결했고, 월간 국채 매입 규모도 18조엔으로 유지했다. BOJ가 경기를 끌어 올리기 위한 주요 정책 수단으로 정부 부채부터 주식 거래 펀드 등 금융채권을 사들여 왔다.
이번 부양책은 시장 전문가들이 예상한 시기 보다 앞당겨진 것이다. 블룸버그 조사에선 BOJ가 다음 달에야 양적완화 카드를 꺼낼 것이라고 점쳐왔다.
BOJ가 예상을 깨고 부양 조치를 내놓은 것은 엔고 현상을 막기 위한 대책으로 풀이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의 3차양적완화(QE3) 조치인 무제한 모기기 채권 매입이 엔화 강세를 부채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3위 경제국인 일본은 2분기 성장세가 예상치 보다 절반 가량 줄었다. 특히 중국과 남중국해 무인도(일본명 센카쿠 열도, 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놓고 영토 분쟁을 벌이면서 경기 위축의 위험이 더 강조돼 왔다.
시장 전문가들은 일본 경제가 1분기 5.3% 성장한 이후 2분기에는 0.7% 가량 축소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BOJ로선 경제가 더욱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가 불가피했다는 의미다.
BNP파리바의 고노 류타로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중대한 결정을 내린 가운데 BOJ는 이를 따르는 것 외엔 선택의 여지가 없다"며 "BOJ가 엔의 추가 절상을 좌시하고 있기만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엔은 지난 13일 달러대비 7개월 고점까지 올랐다. 연준이 400억 달러의 모기지담보부증권(MBS)을 매달 매입키로 한 3차 양적완화 결정의 영향이다.
토요다 아키오 토요타자동차 회장은 엔이 또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자 지난 14일 "엔 절상 속도가 우려되며 위기감이 강화되고 있다"며 "정부와 BOJ가 긴밀히 공조해 조속한 조치를 취해 역사적으로 강력한 엔 수준을 바로잡아줄 것을 강력하게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
엔은 지난 5년 간 달러대비 48% 절상되며 수출업체 실적에 결정적인 치명타를 입혀왔다.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일본 채권시장은 이번 BOJ의 부양카드가 미 연준의 경기 회복책을 모방한 것으로 성공하지 못할 것이고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일본의 30년만기 국채 수익률은 지난 14일 미 연준의 QE3 발표 때보다 1.19% 떨어졌다. 인플레이션이 국채 가치를 잠식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라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앞서 블룸버그 조사에서 일본이 물가상승률 목표 1%를 달성할 것이라고 전망한 전문가는 한 명도 없었다.
지연진 기자 g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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