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증설 대신 생산량을 늘려라.”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미국시장 점검 이후 현대차 미국법인이 올 연말까지 생산량을 20%가까이 확대키로 했다. 국내 수출용 생산량 감소 등으로 현지 물량 공급이 부족해 판매가 원활하지 않은 데 따른 대응책의 일환이다.
14일 외신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존 크라프칙 현대차 미국법인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오토모티브 뉴스 등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달부터 연말까지 미국에서의 생산량을 전년 동기 대비 19% 늘리겠다”고 밝혔다.
크라프칙 CEO는 “앨라배마 공장에서 이달 4일부터 3교대제를 도입, 쏘나타 및 엘란트라(국내명 아반떼) 생산량을 2만대 추가할 것”이라며 “인기 많은 두 모델의 생산을 더 늘려야만 한다”고 말했다. 기아차 조지아 공장에서도 싼타페 스포츠(국내명 신형 싼타페)를 연내 3만6000대 이상 생산키로 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현대차가 미국 현지 생산량을 늘리기로 한 것은 올 여름 국내에서의 연이은 파업사태와 조업일수 부족에 따른 생산차질이 미국 시장 판매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여진다. 특히 국내의 경우 주간2교대에 시행으로 당분간 생산물량이 줄어 들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는 미국 시장에서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가고 있지만 생산물량 부족으로 애로를 겪고 있다.
현대차는 올 8월까지 미국에서 전년 동기 대비 8.8% 증가한 47만9789대를 판매했으며 특히 8월에는 사상 최대인 6만1099대를 기록해 24개월 연속 전년 실적을 웃돌았다. 하지만 공급물량이 부족해 시장점유율은 점차 하락세다.
오토모티브 뉴스에 따르면 미국에서 현대차 재고일수는 21일에 불과하다. 도요타는 40일, 혼다는 49일, 닛산은 55일인데 반데 절반에도 채 못미치는 것이다. 지난 8월 현대차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4.8%로 6개월 만에 5%대를 하회하며 올 들어 3번째로 낮은 성적을 기록했다. 현대기아차의 미국 시장 점유율이 8%대로 내려간 것 또한 지난 5월 8.9% 이후 3개월만이다.
지난 달 말 정 회장의 미국시장 점검도 이 같은 상황에 따른 대응책 마련을 위해 이뤄졌다. 정 회장은 지난달 미국 출장에서 현지 판매 전략을 점검하고 현대차 앨라배마공장과 기아차 조지아공장을 찾아 품질을 집중적으로 살폈다. 현지에서 정 회장은 미국 딜러 및 관계자들로부터 “공급량이 부족해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건의를 수차례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 회장은 올 들어 “우리의 생산능력은 700만~800대면 족하다”며 공장 증설에 부정적인 의견을 고수하고 있다. 앞서 증설을 지속하다 위기에 빠졌던 도요타의 사례를 경계한 것. 그러나 현지에서 공급부족에 따른 불만이 잇따르자 생산량 확대를 주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정 회장은 고가차종을 앞세워 미국 프리미엄 시장 공략도 준비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향후 3년 동안 고가차종을 지속적으로 늘릴 계획이다. 중저가의 과거 브랜드 이미지는 완전히 탈피하고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복안이다.
조슬기나 기자 se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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