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릴 땐 사더니 올라도 안사네 '청개구리 외국인'>
[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국내증시 수급의 선봉에 서 지수 방향을 좌지우지하던 외국인의 기세가 한 풀 꺾였다. 지난달 말부터 적극적인 베팅을 망설이며 방향성 없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외국인의 매매방향과 지수가 반대로 가는 '청개구리 매매'도 증가하는 양상이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매매비중은 이달 들어 전날까지 18.94%를 기록하며 연중 최저치를 나타내고 있다. 코스피가 7% 가까이 조정을 받으며 외국인이 3조8000억원어치 이상을 강하게 던졌던 지난 5월 매매비중(26.19%)과 비교하면 7.25%포인트나 줄었다. 올해 월평균인 23%도 훌쩍 밑도는 수준이다.
외국인은 지난 7일 유럽중앙은행(ECB)의 '전면적 통화정책(OMT)' 실시 결정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코스피 시장에서 3107억원어치를 사들이는 등 직전 2거래일간 5200억원 이상 순매수를 기록했지만, 전반적인 자금 유입은 연간 누적 순매수 고점을 기록한 지난달 27일(12조7428억원) 이후 옆걸음을 걷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외국인의 매매방향과 지수가 반대로 가는 '청개구리 매매'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월 평균 6번의 외국인 청개구리 매매가 나타났는데, 이번달 들어서는 거래일 기준 3분의 1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벌써 3번 발생했다. 지수가 외국인 순매수·순매도와 등락을 같이 하던 추세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시장 전문가들은 오는 12일 독일 헌법재판소의 유로안정화기구(ESM) 합헌 판결과 13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제3차 양적완화(QE3) 언급 여부 등 주요 정책적 이벤트를 앞두고 외국인 투자자들이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양경식 하나대투증권 투자전략부 이사는 "외국인의 관심은 오는 12일로 예정된 독일 헌법재판소의 ESM 헌법합치 여부 판결에 쏠리고 있다"며 "대다수의 분석기관들은 헌법 불합치 판결이 나올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으나 ESM이 헌법 불합치 판결을 내리게 되면 출범자체가 어려워져 OMT의 근간이 흔들리게 돼 관망세가 형성되고 있다"고 짚었다.
ECB의 OMT 프로그램이 발표되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역할이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시장이 기대하는 QE3와 관련한 구체적 시행은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는 데 무게가 실리며 외국인의 적극적인 베팅을 방해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외국인이 힘 있게 시장을 주도하려면 빨라도 4분기는 돼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곽중보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경기가 돌아서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컨센서스가 형성된 상황에서 시장이 기대하는 것은 유동성 공급을 원활히 해줄 각국의 정책 기대"라며 "이번 달은 특정 주체가 시장을 끌어가기 보다는 큰 방향 없이 그 때 그 때의 이슈에 따라 움직이는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리 기자 yr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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