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가을을 맞아 세계 금융시장이 긴장하고 있다. 경제는 물론 정치 분야의 각종 이벤트 결과에 따른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며 다양한 상황에 대한 대응책을 준비하는 등 돌발상황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 총재의 유로화사수 의지와 여름휴가 기간이 겹치며 비교적 조용히 지나간 8월과 달리 9월부터는 폭풍이 우려된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3일(현지시간) 전했다.
금융시장 관계자들이 걱정하는 것은 경제ㆍ금융ㆍ정치 등 이달부터 줄줄이 예정된 대형 이벤트에 따른 시장 변동성 확대다.
ECB는 오는 6일 통화정책회의를 연다. 독일 헌법재판소는 12일 유로안정화기구(ESM)의 위헌 여부를 판결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12~13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개최한다. 모두 증시와 금융시장을 좌우할만한 대형 이벤트다
경제 이벤트만 예정돼 있는 게 아니다. 10~11월에는 중국과 미국의 차기 권력 향배를 결정할 큰 행사가 치러진다. 중국에서는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가 열리고 미국에서는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는 것이다.
이 정도면 한 이벤트만으로도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행사다. 하물며 이처럼 중요한 행사가 잇따라 열리는 판에 금융시장이 긴장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금융시장 관계자들은 이들 이벤트가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 모두에 대비하고 있다. 잠재적인 랠리 가능성과 하락 우려에 모두 대비하는 자산구성을 하고 있는 것이다. 싱가포르 소재 자산운용업체 아비바인베스터스의 타눈 파샤 채권 담당 최고 책임자는 "금융시장의 하락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시장은 유럽과 미 통화 당국의 정례회의에서 추가 경기부양책을 기대하고 있다. 선제적 대응은 ECB에서 먼저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드라기 총재는 지난달 하순 "ECB의 원활한 임무 수행에 일반 통화정책을 뛰어넘는 예외적인 조치까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의 발언은 ECB가 스페인ㆍ이탈리아 등 재정위기국 국채 매입에 나설 채비를 하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주목 받았다.
특히 이번주 ECB의 통화정책회의가 열릴 예정인 가운데 국채 매입 재개 같은 부양책이 제시되면 금융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듯하다. 전면 구제금융 가능성이 점쳐지는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모두 ECB가 국채를 사들여 금리가 낮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나 독일이 ECB의 국채 매입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속단하기 어렵다.
시장관계자들은 유럽 재정위기에 대한 명확한 해결책이 이른 시일 안에 제시되진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호주 소재 투자업체 펜가나캐피털의 팀 슈로더스 펀드매니저는 "유럽 당국의 전폭적인 정책 대응을 기대하진 않는다"면서도 "향후 투명성은 좋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벤 버냉키 FRB 의장은 지난달 잭슨홀 콘퍼런스 연설에서 3차 양적완화 등 추가 경기부양 가능성을 시사했다. 버냉키 의장의 연설로 추가 부양 가능성은 커졌지만 시장에서는 일부 고용지표에 따라 추가 부양책 시행 시기가 다음달로 미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부양책이 나와도 문제다. 기대만큼의 효과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정치적으로도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공화당이 양적완화 정책에 발발하고 있는데다 재정절벽 해소를 위한 협상도 어려운 상황이다. 미 경제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좀체 가시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다.
유럽ㆍ미국과 함께 중국의 추가 경기부양 여부도 관심거리다. 지난달 중국의 제조업구매자관리지수(PMI)가 50 밑으로 떨어져 중국의 경기 위축이 현실로 드러났다. 제조업 경기가 계속 위축되고 있으니 당국이 추가 경기부양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끊이지 않는 것이다.
투자자들은 중국과 미국의 권력 교체 과정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세계 주요 2개국(G2)의 권력 교체가 한층 강화한 경기부양책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백종민 기자 cinq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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