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동철의 초대석 藝感, 너그러운 음악가…재즈 피아니스트 진보라
재즈피아노의 거장 오스카 피터슨(Oscar Peterson)의 연주에 전율을 느껴 하루 12시간 이상 연습했었다는 재즈(Jazz)피아니스트 진보라에게 피아노는 어떤 의미일까. 그녀는 “일상적인 모든 것들보다 한 수 위. 가령 커피, 쇼핑 혹은 외로움 그 이상”이라고 했다.
장고, 소고 등 우리 전통악기는 물론 제3세계 타악기도 접목하는 파워를 갖춘 실력파 여성 재즈 피아니스트 진보라(24). 서울 창덕궁 인근 카페에서 그녀를 만났다. “세상 존재하는 모든 것이 음악이죠. 때문에 현실적으로 늘 깨어 있으려 하는데 이것이 제 음악의 진정성과 신선함을 유지하는 에너지인 것 같습니다.” 재즈하면 즉흥 연주의 묘미를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자 “깐깐함으로 이뤄지는 음악”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긴장감 넘치는 팽팽한 공기와 객석의 호흡까지 담아내죠. 단 한번 그곳에서만 일어나고 존재하죠. 존중과 관용정신 없이는 불가능한 연주이자 교감”이라고 진지하게 말했다.
작곡도 하고 ‘아리랑’과 ‘섬머타임’등의 곡들을 재해석해왔는데 가을에 들으면 좋을 음악 두 곡만 추천해 줄 수 있느냐고 했더니 잠시 머뭇거리다 “더 추가하면 안 되느냐”라며 자작곡 ‘Thanks for the past generation’, 감미로움과 애절함이 물씬 풍기는 ‘흑백사진(=追憶)’을 꼽았다. 또 라틴의 정열적 몸짓의 춤을 연상시키는 핑크 마티니(Pink Martini)의‘Amado Mio’와 재즈 색소폰의 거목 브랜포드 마샬리스(Branford Marsalis)의 ’Mo’ Better Blues’등을 구슬 꿰듯 했다.
그녀에게 재즈의 매력을 물었다. “너그러움입니다. 다양한 민족성과 어떤 장르에도 구애받지 않아요. 그런가 하면 즉흥연주가 있고 연주자의 색깔이 잘 묻어나는 변주(變奏)도 있는데 이러한 것을 담아내는 그릇이 재즈죠.” 그런데 왜 음반을 한 장도 내지 않았을까. “지금도 음악을 담고 있는 중이에요. 제안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뮤지션은 음악적으로 순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더 진화하고 절제된 자연스러움의 완성도에 이르렀다는 확신이 설 때 낼 겁니다.”
그렇다면 한국재즈의 비전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음악은 하나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우리 민족의 신바람‘흥(興)’이 지구촌 음악을 지배할 것으로 봐요. 아시아 사람인 제가 재즈를 공부하듯 머지않아 흑인 재즈니스트가 국악을 배우고 싶어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으로의 연주 행보에 대해 물었다. “올해 한-콜롬비아 수교 50주년을 맞아 7일 축하공연이 있어서 곧 출국합니다. 또 오는 11월 17∼18일 대전 우송예술회관 콘서트 때 팬들과 만날 것을 약속합니다.”
이코노믹 리뷰 권동철 기자 kd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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