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년도 세수 부족 사태를 기정사실화 하고 "국채발행으로 충당하라"고 조언해 눈길을 끈다. KDI는 대내외 경제 여건을 고려할 때 "내년에는 균형재정 달성을 고집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한 경기 부양에는 반대했다.
고영선 KDI 연구본부장은 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향후 경제·재정 운용방향'에 관한 공청회에 제출한 진술요지를 통해 이런 의견을 냈다. 고 본부장의 의견은 KDI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3.6%에서 2%대로 낮추는 작업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더욱 관심이 높다.
고 본부장은 "최근 우리 경제는 대외여건 악화에 따라 수출이 줄고 내수 증가세도 둔화되는 등 전반적으로 경기 부진이 지속되는 모습"이라고 총평했다.
고 본부장은 이어 "추경 논란이 한창"이라면서 "내년에는 일단 균형재정 달성을 고집하지 말아야 할 것으로 판단되나 적극적으로 재정을 통한 경기부양에 나서지는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내년도 재정지출은 국가재정운용계획상의 총지출 기준 342조원 수준에서 억제하되 수입 측면에서 부족분이 발생하는 건 국채 발행으로 충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 둔화에 따른 세수 부족을 기정사실화 한 셈이다.
고 본부장은 아울러 "내년 중 경기 상황을 봐 가면서 2014년 이후의 정책방향을 설정하는 게 바람직하다"면서 "경기 회복이 본격적으로 이뤄진다면 적극적으로 정부 부채를 줄여야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부채를 소극적으로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장·단기 정책의 쓰임을 혼동하지 말라는 쓴소리도 있었다. 고 본부장은 "단기 경기조절은 거시정책인 재정·통화정책의 몫"이라면서 "주택정책 같은 미시정책은 중장기적 시각에서 뚜렷한 방향성을 갖고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칙을 뒤집으면서 수 차례 내놓고 있는 부동산 대책의 문제점을 꼬집은 언급이다.
고 본부장은 세법개정안에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8월에 내놓은 세법개정안에 따른 세수 효과의 근거가 매우 부족하다"면서 "전체적인 변동 사항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제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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