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철의 ‘남에게 알려주기 싫은 부동산 정보’
부동산 투자는 큰 흐름을 읽고 해야 한다. 한동안 강세를 보이던 지방 주택시장이 침체기에 빠져 각개전투 양상이다. 한동안 호조를 보이던 부산· 세종시 등이 침체에 빠졌고 강원·울산 등이 주목받고 있다.
부동산 투자를 하려면 거시적인 흐름을 파악하고 미시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 물건이 좋다더라. 저 물건이 오른다더라.”라는 식의 ‘카더라’통신만을 믿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또한 부동산의 흐름을 파악하지 않고 너무 폭이 좁게 접근하는 것도 위험하다. 이번 호에서는 지방 주택시장의 흐름을 짚어본다.
침체된 수도권에 비해 한동안 강세를 보이던 지방 주택시장의 회복세가 당분간은 유지되겠지만, 일부 지역은 회복의 정점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부산이나 대전 등에서는 약세로 접어들고 있다. 다만 가격 하락폭이 크지 않았던 울산, 대구, 광주 등은 하반기에 회복세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지방은 자체 주택 수급 동향이나 지역 경제 사정에 따라 ‘각개전투’ 양상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수도권 주택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뜨거웠던 지방 아파트 분양 지형도가 바뀌고 있는 셈이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부산에 분양 예정인 아파트는 총 4660가구로 올해 상반기(9288가구)보다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올해 이 지역 총 분양 물량도 1만3948가구로 지난해 2만7900가구의 절반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부산 아파트 분양이 급감한 원인은 올 초부터 확산된 과잉 공급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올해 청약 결과가 나름대로 선전한 것은 경남지역까지 청약가능 지역이 확대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지방 주택시장의 침체 조짐은 주택 거래량과 집값 상승률 등 2가지 지표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국민은행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평균 22.4% 올랐던 부산 집값은 올해 7월까지 0.4% 상승하는 데 그쳤다. 대전은 지난해 집값이 19.1% 뛰었지만, 올해는 -1.1%로 오히려 떨어졌다. 광주광역시도 같은 기간 집값 상승률이 24.7%에서 4.3%로, 대구는 14.9%에서 4.4%, 울산은 17.6%에서 8.1%로 각각 성장세가 크게 둔화됐다.
작년 말에 취득세 감면 혜택이 끝나고 올해 글로벌 재정 위기와 국내 경기 침체 등이 겹치면서 주택거래량도 급감하고 있다. 지방 집값이 단기간에 크게 오른 것도 수요자들이 매매에 나서는 것을 부담스럽게 하고 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올 들어 7월까지 주택거래량은 대전이 1만1654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48% 줄었다.
부산과 광주가 30% 이상, 대구는 25%, 울산도 13%쯤 주택거래가 줄었다. 그나마 청약시장은 아직 활발하다. 올해 7월까지 일반분양한 아파트의 평균 청약경쟁률은 부산이 9.21대 1, 광주가 7.13대 1, 울산이 4.28대 1, 대구가 2.89대 1이었다. 공급 증가로 부산은 미분양 아파트가 쌓이고 있다. 2011년 4월(2305가구) 최저점을 찍은 후 지난달에는 5630가구로 2배 이상 늘었다. 대전도 상황이 비슷하다. 지난 3년간 2만 가구 이상 새 아파트가 분양됐다. 5대 광역시 중 부산 다음으로 많은 공급량이다.
여기에 인근 세종시로 투자자와 실수요자가 빠져나가면서 신규 공급 물량을 소화하기가 더 힘들어졌다. 하반기에도 부산과 대전에는 각각 6300여 가구, 2500여 가구가 추가 공급될 예정이다. 게다가 1~2인 가구를 겨냥한 오피스텔이나 도시형생활주택 공급이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울산·강원 등의 상승세에 주목
그동안 ‘미분양의 무덤’으로 불렸던 대구는 2010년 이후 분위기가 호전됐다. 2010년 7월 1만6000여 가구에 달하던 중대형 위주의 미분양 아파트가 2년 만에 5000가구대로 줄었다. 건설사들이 중소형 아파트 위주로 공급에 나서면서 실수요자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광주는 4~5년 전부터 주택 공급이 뜸했고, 집값 대비 전세금 비율도 80%에 육박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만큼 내 집 마련을 원하는 잠재 실수요자가 많다는 것이다. 전·월세로 임대소득을 기대하는 투자자 유입도 기대할 수 있다는 평가다.
울산은 소득수준이 전국 1위인만큼 구매력을 갖춘 소비자가 많고 2010년 이후 주택 공급이 뜸한 탓에 수요가 남아있다. 상대적으로 사업 속도가 빠른 우정혁신도시의 개발 호재도 이어지면서 혁신도시 주변 청약시장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게다가 현대자동차 협력업체 등의 꾸준한 근로자 수요 증가와 더불어 경주 등 인근 지역에서 진입하기를 원하고 있어 시세상승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분석된다. 강원도 역시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최가 확정되며 핵심 교통망이 될 원주∼강릉 간 복선전철사업 추진, 실내빙상경기장 추가 건립 등 거대 호재들로 활기를 맞고 있다.
특히 울산, 강원지역이 최근 조사에서 지방부동산 시장 상승세를 이끌었던 부산과 광주를 제치고 높은 시세상승률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 볼만하다. 지난달 국민은행 시세자료에 따르면 전년 동월 대비 전국 매매값 상승률은 2.5%, 수도권은 -1.7%에 그쳤다.
이에 반해 울산은 12.5%, 강원 9.6%로 전국에서 1, 2위를 차지하며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이들 지역은 지난해 같은 달 전셋값 상승률에서도 집값이 급등할 정도로 대기수요가 풍부하다. 신규공급에 대한 갈증이 크다는 얘기다.
전반적으로 침체지만 각개전투 양상을 띠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침체기로 가고 있는 지방 주택시장을 살릴 해법은 무엇이 있을까? 무엇보다 꽁꽁 얼어붙어 있는 거래를 활성화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취득세 등 거래세를 완화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서민의 주택 거래세 세율이 4%로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반면 부자가 부담하는 보유세는 선진국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취득세 법정세율을 2%(9억원 이하 1주택자는 1%)로 내려 거래세 비중을 낮추는 한편 종합부동산세를 재산세에 통합해 부동산 부자의 보유세를 강화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법이다. 정부가 걱정하는 취득세 인하로 인한 지방세 감소분을 재산세 강화로 보충할 수 있어 거래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정부의 조치만 목이 빠져라 쳐다볼 수는 없는 일이다. 시장에는 아직도 주택에 투자하기를 원하거나 내 집 마련을 위한 수요가 분명히 있다. 해답은 대구·광주·울산 등 3개 광역시와 강원도에 있다.
이코노믹 리뷰 홍성일 기자 h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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