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인간의 가장 오래된 친구다. 야생동물이 인간의 울타리 안으로 들어오게 되는 가축화는 우리 인류에게는 매우 큰 도움이 됐다. 사슴이 최근 약 50년전에 가축화되기 시작했고 말 4000년 전, 닭 5000년 전, 소 6000년 전, 돼지 7000년 전, 양 1만년 전에 가축화됐다. 하지만 개는 최소 1만2000년 전에 가축화돼 고대 인간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 생명을 영위하기 위해 행해온 사냥, 이주, 목축, 농경생활을 인간과 함께해왔다.
언젠가부터 일부 개들은 범상치 않는 행동으로 뉴스나 전설 속 주인공으로도 등장한다. 대전으로 팔려가 300㎞ 떨어진 진도까지 주인을 찾아온 '돌아온 백구', 산불로부터 주인을 구한 '살신성인 오수개', 야생동물의 공격으로부터 주인을 구한 충견이야기 등 그 수만도 허다하다. 자연재해나 비상상황에서도 인간이 할 수 없는 일들을 특수견들은 인간과의 훈련을 통해 인명을 구하는 가공할 만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심지어 시각, 청각, 지체 장애자의 보조견 역할을 통해 감동마저 안겨주고 있다. 단순하게 '개'라고 부르기에는 미안한 감이 들어서 이제 우리는 개를 인생의 동반자로 여기면서 제 격에 맞게 '반려견'이라고 부르고 있다.
하지만 반려견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성숙되지 못해 여러 사회적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그 중에서 심각한 정체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 '유기견' 문제다. 그나마 반려동물문화가 잘 정착된 미국의 경우 매년 발생되는 유기견의 수가 전체 반려견 수의 10%에 이른다. 우리의 경우 매년 증가추세며 2010년 한 해, 전국에서 포획된 유기동물 수가 10만마리가 넘는다. 이를 관리하고 처리하는데 약 100억원의 경비가 소요된다.
최근 북한산 국립공원 정상지역에서도 유기견 50마리가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간이 지날수록 유기견의 야생화가 진행됨에 따라 광견병과 같은 질병전파 및 안전사고의 위험이 증가하고 소형야생동물을 섭식함으로 자연생태계의 교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인간의 영원한 친구인 반려견을 사회문제로부터 구제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첫째 동물등록제다. 동물등록제는 2008년부터 각 지자체별로 시범사업을 해왔으며 2013년부터 전국적으로 확대 시행될 예정이다. 이는 반려견의 피하조직에 마이크로칩을 시술해 개의 일반적인 정보를 간단하게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이다.
개의 몸에 이물질을 삽입하는 자체를 싫어하는 일부 견주들의 불만과 시술부위의 질병발생에 대한 선진국 사례가 있기에 보완해야 할 부분도 있다. 동물등록제의 연착륙을 위해서는 유전공학 기술을 이용한 유전자 추적시스템 개발이 병행돼야 한다. 반려견이 가지고 있는 세포 내 미량의 DNA는 정보가 조금씩 달라 각 개체를 비교분석하면 개체식별 및 친자감별이 가능하다. 가끔 TV에서 나오는 범죄과학수사대에 사용되는 유전자 감식법과 같다.
이러한 유전정보는 국가전산망을 통해 보관ㆍ관리돼 유기견 발생의 감소뿐만 아니라 반려견을 대하는 인간의 책임의식도 고취시킬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유기동물 입양 활성화다. 유기견보호소의 개들은 입양자가 없을 시 수일 내에 안락사되는 안타까운 현실을 맞이하게 된다. 무분별하게 강아지를 사고파는 문제는 유기견 발생을 막을 수 없을 뿐더러 오히려 악영향을 초래한다. 유기견 입양 캠페인이 점차 활성화돼 생명을 존중할 줄 아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마하트마 간디는 "한 나라의 위대성과 도덕성은 동물을 다루는 태도로 판단된다"는 동물보호의 명언을 남겼다. 비단 이런 명언이 아닐지라도 개는 우리 인간의 오랜 친구이자 영원한 친구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1만년이 넘게 희로애락을 같이 해온 친구에게 지금 진정한 사랑과 따뜻한 관심이 필요하다.
최봉환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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