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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페이스]프랑스 철학자 앙드레 글뤽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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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페이스]프랑스 철학자 앙드레 글뤽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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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프랑스의 대표적 철학자 앙드레 글뤽스만이 유럽의 앞날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75세의 노철학자는 유럽이 초유의 분열 위기를 맞았음에도 지식인들이 무력한 모습만을 보이고 있다면서 유럽 지성계에 쓴소리를 던지는 한편 유럽 각국의 단결을 호소했다.


글뤽스만은 지난주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지금 유럽은 극도로 불안한 상황에 놓여 있다”면서 “유럽 위기의 본질은 유럽 문명의 위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역사를 볼 때 단일 유럽의 형성은 파시즘의 대두와 공산주의 블록과의 냉전 등 외부에서 다가온 ‘공포’에 대한 방어의 결과”였다면서 “유럽은 어떤 특정한 정체성 아래 스스로를 규정할 수 없으며 오히려 ‘차이’로 설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럽은 유기적으로 함께 성장하는 전통적 국가개념과 달리 각 나라마다 다른 역사와 전통을 갖고 있기에 하나로 통일될 수 없으며, 유럽을 묶을 수 있는 것은 공동체가 아닌 서구 문명과 사회적 모델이라는 것이다.


글뤽스만은 유럽 위기 해법 논의에서 부각된 독일-프랑스 두 나라의 정치적 협력에 대해서도 “오늘날 유럽 정치인들은 선거와 여론의 흐름에 따라서만 생각하고 움직인다”고 비판했다.

그는 “50년 전 콘라트 아데나워 전 독일 총리와 샤를 드골 전 프랑스 대통령의 역사적 만남은 두 차례 세계대전 등 독·불 양국간의 전쟁을 반성하고 유럽대륙의 민주주의적 통합을 모색하면서 양국간 화합을 이끌어낸 원동력이었다”면서 “거대담론의 시대가 끝난 오늘날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만남은 포스트모더니즘에서 말하는 ‘순간성’의 바다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글뤽스만은 “유럽 각국의 유로존 수호 의지는 확고하지만 전세계적 관점을 결여하고 있으며, 왜 유럽연합(EU)을 세웠는지 그 목적이 상실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 유럽은 생존의 문제에 직면해 있으며 유럽 중심국가들이 단결하지 못한다면 모두 공멸할 것”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그는 “메르켈 총리는 독일의 운명이 유럽 주변부 국가들의 흥망에 달려 있음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인물임에도 안팎의 압력 때문에 각국이 분열되도록 방치하고 있다”면서 “시장의 힘에 굴복하는 것은 파국에 이르는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유럽 지성계에 대해서도 “지식인들의 무능력함이 공공여론의 무관심과 고립주의를 이끌어 내고 있다”면서 반성을 촉구했다.


1937년생인 글뤽스만은 동유럽 출신 유태인 부모에게서 태어나 팔레스타인과 독일에서 유년기를 보내다 1937년 나치의 박해를 피해 프랑스로 이주했다. 그는 프랑스 공산당의 핵심인사로 1960년대 말 세계를 휩쓴 반전·반체제운동 ‘68혁명’의 주역이었으며, 베르나르-앙리 레비와 함께 70년대 프랑스 ‘신철학(Nouveaux philosophes)’ 부흥을 이끈 대표적 인물로 꼽힌다.


러시아 반체제작가 솔제니친의 문학세계가 서방에 소개된 것에서 영향받아 ‘반(反)전체주의’를 표방한 신철학자들은 당시 사회당 등 주류 좌파의 내분을 비판하며 급부상했다. 이들은 구(舊)좌파의 마르크스주의 역시 전체주의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주장했으며, 이는 전통적 좌파 진영으로부터 사상적 전향으로 비난받기도 했다.


글뤽스만은 2007년에는 “프랑스 좌파진영이 전쟁과 인도주의 등 중요한 사회문제에 입장을 세우지 못한 채 지리멸렬하고 있다”며 비판하고 우파 대중운동연합(UMP)의 대선후보로 나선 니콜라 사르코지에 대해 지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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