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노승환 기자]서해 5도의 응급환자 이송을 위해 추진돼온 인천시의 중형 헬기 도입이 추진 5년 만에 결국 무산됐다. 사업이 재추진될 때까지 서해 5도는 앞으로도 한 동안 응급의료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게 됐다.
27일 인천시에 따르면 지난 2010년 12월 인천시와 납품계약을 맺은 이탈리아 '아구스타웨스트랜드'사의 중형 헬기가 당초 제시된 안전 규격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지난 5월 납품 전 마지막 검사에서 이를 확인한 인천시는 납품을 거부하기로 사실상 내부 방침을 정했다.
문제가 된 부분은 중형 헬기의 날개 수명과 비상시 해상 부유장비였다. 인천시는 당초 헬기 날개가 2만 시간 이상 쓸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는 입찰 조건을 내걸었다. 아울러 비상 상황 시 헬기가 바다에 30분 간 떠 있을 수 있도록 부유장비를 상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도 달았다.
아구스타웨스트랜드사가 제작한 AW-139호기는 이 두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시키지 못했다.
아구스타웨스트랜드사가 약속된 기한인 오는 10월 27일까지 이 같은 결함을 보완하지 못하면 당초 납품계약은 관련법에 따라 자동해지된다. 계약이 해지될 경우 인천시는 이미 지급한 계약금과 중도금 등 123억 여원을 돌려받게 된다.
문제는 서해 5도의 응급의료 공백이다. 현재 운행 중인 응급의료 헬기 '닥터헬기'는 연료탱크가 작은 소형으로 운항 반경이 50㎞에 그친다. 게다가 해가 뜰 때부터 질 때까지만 운항이 가능해 그동안 실효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28일에는 인천 앞바다 소야도에서 호흡곤란에 빠진 응급환자가 이 헬기를 기다리다 숨진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닥터헬기 이착륙장으로부터 최소 60㎞ 이상 떨어져 있는 서해 5도 주민들은 중형 헬기 도입이 다시 추진될 때까지 '기약 없이 ' 기다려야 한다.
인천시 관계자는 "서해 5도 응급환자 이송에 문제가 없도록 유관기관과의 협조 체제를 최대한 긴밀히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노승환 기자 todif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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