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시름, 난리 1步前이라더니 결국..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김소연 기자]경영난에 봉착한 증권업계가 내부적으로 '희망퇴직'을 검토하고 있다. 일부 증권사는 보유 부동산 매각까지 나서고 있어 거래부진에 빠진 주식시장이 급반전하지 않는다면 연말까지 여의도에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 태풍이 불 전망이다.
20일 금융감독원과 증권업계, 전국사무금융노조연맹 등에 따르면 H증권과 D증권, Y증권 등은 최근 노사가 퇴직금누진제를 퇴직연금으로 전환하는 문제를 논의중에 있다. 외부적으로는 임단협의 일부지만 경영관리쪽에서는 이 문제를 마무리짓고 희망퇴직 실행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D증권 관계자는 "경영부담이 되는 퇴직금누진제를 퇴직연금으로 우선 전환하고 새로운 퇴직금에 기초해 희망퇴직 보상안 등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부 증권사는 퇴직연금 전환을 위해 대리급에 4000만원, 부장금 연봉 100% 등 직급별 보조금을 책정하고 협상을 진행중이다.
Y증권 관계자는 "희망퇴직안을 검토하려면 이에 따른 위로금을 추산해야 하는데 가장 시급한 것이 퇴직금 재산정이고 이를 토대로 연내 희망퇴직 규모 등 구체적인 방안을 수립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미 M증권은 최근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무금융노조 관계자는 "M증권의 경우 이미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인원수와 보상금액 등은 공개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일부 증권사들은 부동산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자산 매각까지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대신증권은 지난 1월과 3월 서울 강남 뱅뱅사거리에 있는 사옥과 대전광역시 중구에 있는 사옥을 각각 650억원, 143억원에 매각했다. 지난해 7월에는 광주광역시 서구에 위치한 상무사옥을 현대캐피탈과 현대카드에 91억원에 팔았다. 이에 따라 대신증권의 임대 수익도 지난해 1분기 32억원에서 올해 1분기 23억원으로 9억여원 감소했다. 지난 3월말 기준 대신증권이 보유한 지점은 서울시 47곳을 포함해 총 115곳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대신증권은 앞으로 부산과 전주, 서산, 울산 등 지방에 있는 지점 건물들도 처분할 계획이다. 주변 상권이 악화되고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제 값을 받기 어려워졌지만 그래도 매각해 현금을 확보하는 것이 낫다는 경영진 판단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주로 상권이 변경된 지방 사옥을 매물로 내놓은 것"이라며 "포트폴리오 재정비 차원에서 진행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한금융투자도 최근 별관 사옥을 내놨고 KDB대우증권은 서울 광화문 사옥을 이미 매각했다.
이는 지점축소에 따른 탓도 있다. 국내 62개 증권사의 지점 수는 지난 6월말 기준 1744개로 1년 전에 비해 55개가 줄었다. 미래에셋증권은 전체 99개 지점 중 20개를 통폐합했고 동양증권도 기존 150개 이상이던 지점을 130여개로 축소했다. 소형증권사인 토러스투자증권은 이달부터 무점포 체제로 운영하고 있고 메리츠종금증권도 지점을 기존 30여개에서 20개로 줄인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코스피 지수가 상승하고 있지만 8월에도 여전히 하루 주식거래대금이 4조원이 되지 않는 날이 많다"며 "이런 분위기가 지속되면 증권사 실적이 안 좋을 수밖에 없어 앞으로 자산 매각과 함께 감원 수순을 밟을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채명석 기자 oricms@
김소연 기자 nick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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