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한류스타 김현중을 전면에 내세워 일본 시장을 공략했던 LG생활건강은 당분간 일본서 아이돌 스타를 광고모델로 내세우는 것과 동시에 독특한 화장품 성분을 강조하는 이원화 마케팅 전략을 펼치기로 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 일본 내 반한 감정이 고조되고 있어 최대한 일본 국민 감정을 건드리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일본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이 마케팅 전략을 급히 수정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일본 대지진 이후 한일 무역수지가 개선되는 와중에 양국간 정치적 갈등이 극대화되자 반한감정을 자극하지 않는 방향으로 바꾸는 식이다.
가장 먼저 마케팅 전략을 수정하고 있는 곳은 'K-뷰티'업계다. 그동안 아이돌 스타를 부각시킨 마케팅 때문에 K-뷰티는 '메이드 인 코리아' 딱지를 전면에 내세웠다. 그러나 당분간은 '한국 화장품' 이미지를 강화하기 보다는 막걸리ㆍ달팽이ㆍ뱀독ㆍ홍삼 등 독특한 성분을 중심으로 마케팅 전략을 선회하겠다는 방침이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한국 화장품이라는 것보다는 오히려 독특한 성분을 홍보하거나 일본 내 인기를 얻고 있는 아이돌 스타를 내세운 마케팅을 강화해 정치적인 이슈로 촉발된 반한 감정을 녹이는 것이 낫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식음료업체들은 일본인이 좋아하는 메뉴 개발을 통해 K푸드 돌풍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장근석 막걸리(롯데주류 서울막걸리)', '카라 홍초(대상 마시는 홍초)'등은 일본에서 최고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하지만 관련업체들은 일본인들의 반한감정으로 매출이 감소하지 않을까 고심하고 있다. 업체 관계자는 "일본에 진출한 식음료 대부분이 한류스타를 내세운 광고를 내보내고 있는데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 방문 이후 일본인들의 반응을 살피고 있다"며 "양국 국민간 감정이 심화되고 있어 마케팅 전략 수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항공업계는 일본 관광객의 서비스 만족도를 높이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현재 한일 양국 여행객들에게 불편함이 없도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향후 한일관계에 따른 영향이 발생할 것을 고려해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니버스를 일본 내에 판매하고 있는 현대자동차도 마케팅 전략 수정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차 유니버스의 일본 내 판매대수는 지난 2009년 35대에서 2010년 83대로 늘어 점유율 6%대로 치솟았다. 지난 2011년에는 점유율 7%를 달성해 자신감을 얻기도 했다. 이같은 상황에 반한감정이 장기화 될 경우 수출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상용차의 경우 일본 내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는 만큼 한일관계 악화여부에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일본 현지 딜러의 반한감정을 자극하지 않도록 주의할 것을 당부하며 모니터링을 더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