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의회, '정체불명' 이자환수 요구 논란
[아시아경제 노승환 기자]인천경제자유구역 청라~영종 간 '제 3연륙교' 건설비 5000억원을 두고 '정체불명'의 이자 소득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이 다리 건설비를 청라ㆍ영종 입주자들에게 미리 걷어놓고 이자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의혹 아닌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의혹의 진원지는 인천시의회 'LH 관련사업 조사특위'였다. LH 특위는 최근 한 회의에서 "LH가 당장 짓지도 않을 다리 건설비 5000억원을 청라ㆍ영종 택지 조성원가에 포함시켜 땅을 판 뒤 그 수입으로 해마다 막대한 이자 소득을 올려왔다. 이를 전액 환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환수한 돈은 다리 개통이 늦어져 피해를 본 주민들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사특위가 주장한 '이자 소득'은 사실과 거리가 멀었다.
13일 LH 경제자유구역 사업처 등에 확인한 결과 우선 아직 건설비 5000억원이 다 회수되지 않은 상태였다. LH는 청라에서 3000억원, 영종에서 2000억원의 자금을 만들어 제 3연륙교 건설재원으로 쓸 계획이다.
그런데 LH가 사들인 땅은 아직 다 팔리지 않았다. 처분 가능한 땅 중 실제 매각된 땅의 비율을 알아보니 영종이 13%, 청라가 60.1%였다.
제 3연륙교 건설비가 별도의 계좌에 보관돼 있는 것도 아니었다. LH가 전국 수 백 곳의 사업장에서 거두는 수익은 주거래 은행인 우리은행 계좌 한 곳으로 모인다. 당연히 지출도 이 계좌에서 이뤄진다.
한 사업장에서 거둔 수익은 언제든 다른 사업장의 비용으로 투입된다. 그 역도 마찬가지다. 제 3연륙교 건설비를 따로 빼 내 이자 소득을 낼 수 없는 구조인 셈이다.
LH 경제자유구역 사업처 관계자는 "따로 계좌가 없다고 해서 제 3연륙교를 못 짓는 게 아니다. 정부가 반대해서 착공을 못하는 것일 뿐"이라며 "승인만 떨어지면 지금이라도 채권 발행해서 다리 공사를 시작할 수 있다. LH가 다리 건설비로 이자수익을 거두고 있다는 건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못 박았다.
조사특위가 실체가 불분명한 이자 소득을 언급한 건 청라ㆍ영종 입주민들의 거센 민원 때문이다. 당초 2014년 개통 예정이라던 제 3연륙교 건설이 착공조차 되지 않자 이미 아파트에 입주했거나 들어갈 예정인 계약자들은 '사기분양'이라고 주장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김병철 조사특위 위원장은 "LH에 제 3연륙교 건설을 촉구하는 차원에서 나온 언급일 뿐이다. 이자 소득 여부와 상관 없이 다리 건설이 늦어지는데 대해 LH가 어떤 식으로든 주민들에게 책임을 져야 한다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노승환 기자 todif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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