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발표한 세법개정안은 임기 말 정책 무기력증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정치권에서 중요한 쟁점으로 거론되는 소득세 과세체계 개편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다. 최근 사회적 공감대가 넓어진 종교인 과세에 관한 내용도 없다. 금융파생상품 거래세는 선물 0.001%와 옵션 0.01%라는 아주 낮은 세율을 설정하고 그마저 시행을 3년간 유예해 2016년부터나 부과하겠다고 한다. 늘어나는 복지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재정수입 확충 프로그램도 눈에 띄지 않는다. 일몰을 맞은 비과세ㆍ감면 조항을 가급적 폐지하고 지하경제 양성화에 노력하겠다고 하지만, 이런 정도로 복지재원 확보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현 정권의 임기가 6개월 정도 남은 상황에서 정부의 한계는 이해된다. 연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벌써부터 여야 정당과 대선 주자들이 경쟁적으로 국정운영 공약을 내놓고 있는 상황에서 현 정부가 적극 나서봐야 중뿔나다는 소리를 듣기 십상일 것이다. 새로운 일을 벌이기보다 기존 정책을 잘 마무리하는 태도가 어찌 보면 현명할 수 있다. 그러나 국내 경제가 유럽발 세계 경제위기의 영향권에 본격적으로 휘말려들면서 성장세가 급격히 둔화하고 있는 것이 작금의 상황이다. 임기 말 정부라도 최소한 이런 상황에 적절히 대응하는 일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이번 세제개편안에서는 경제난 타개를 위한 정부의 정책의지를 읽어내기가 어렵다.
소득세에 대해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 심의과정에서 세율조정 요구가 강하게 나오는 경우 '미세조정' 수준의 '정부 대안'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너무나 소극적인 태도다. 지금의 소득세 과세체계는 1990년대 중반에 만들어진 골격을 거의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2008년과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과표구간과 세율이 땜질식으로 일부 조정됐을 뿐이다. 이로 인해 소득세율 누진구조가 그동안의 소득 양극화를 반영하지 못하게 돼 형평과세의 측면에서 흠집이 생겼다. 국회 심의과정에서 보다 체계적인 소득세제 개선안이 도출돼야 할 것이다.
이번 세제개편안은 서민ㆍ중산층ㆍ중소기업의 세부담을 줄이고 고소득자ㆍ대기업의 세부담을 늘린다는 정부의 설명도 석연치 않다. 특히 소득구간별 개인소득세 부담에 대한 추산 결과를 보다 상세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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