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진희정 기자]아파트 분양사업에선 빼놓을 수 없는 견본주택을 두고 편파적 기준이 적용되던 모순이 사라진다.
정부는 그동안 분양 때마다 설치하는 견본주택이 분양가 상승요인으로 작용한다며 사이버 견본주택을 적극 활용하라고 권장해오고 있다. 그런데 세종시에서만은 견본주택을 지을 땅을 무상으로 제공했었다.
이러한 문제제기가 지속되자 결국 공공택지 안에도 민영 아파트의 견본주택을 지을 수 있게 했다.(본지 5월 3일 기사 참조)
9일 국토해양부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달 말 공공택지 내에 민영 아파트의 견본주택 건립을 허용하는 내용의 공문을 17개 시도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국주택협회, 공무원연금공단 등 23개 기관에 전달했다.
정부는 2009년 9월 "분양가 상승을 가져오는 모델하우스의 거품을 빼달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지시로 LH 등 공공기관이 짓는 공공주택의 모델하우스는 설치를 전면금지하고, 민영아파트도 사이버 견본주택으로 짓도록 권고한 바 있다.
이 조치로 공공택지 개발주체인 LH 등은 그동안 공공택지 내에 민영아파트 견본주택 설치를 금지하고 건설사에 토지도 임대해주지 않았다.
최근 수도권 공공택지에서 분양사업을 한 건설사 관계자는 "수 억 원씩 하는 집을 팔면서 견본주택도 보여주지 않을 수는 없는 입장"이라면서 사이버 견본주택의 한계를 지적하고 있다. 몇 만 원짜리 화장품을 팔 때도 샘플을 보여주는 것처럼 수요자들이 살 집의 구조와 마감 등을 직접 확인할 필요가 있고 이렇게 해야만 입주 후에 생길 수 있는 다툼의 소지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계약 물량으로 남은 경우 예비수요자의 사전 접수를 받을 때도 견본주택은 필요하다.
더욱이 민간택지를 빌려 견본주택을 짓다보니 임대료가 치솟고 있다는 것이다. 분양가 거품을 제거하겠다는 취지가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건설사 관계자는 "공공택지의 일부를 빌려주면 민간택지보다 절반 정도 임대료를 낮출 수 있다"며 "정당한 영업활동을 제한하고 원가를 상승시키는 요인이 될 뿐"이라고 힐난했다.
특히 이 문제가 최근 다시 불거진 것은 세종시에서 만큼은 이런 기준이 적용되지 않아서다. 세종시 아파트 분양사업에 대해서는 건설업체에 땅을 무상으로 제공, 견본주택을 지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건설사들은 사업지에서 멀리 떨어진 다른 민간택지를 빌려 견본주택을 짓고 있는 만큼 지금이라도 개선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소리높이고 있다.
결국 정부는 공공택지 내 민영주택 견본주택 건립 규제를 없애기로 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경기와 분양시장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미분양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LH는 세종시에 이어 이달 말 화성 동탄2신도시에서 동시분양에 들어갈 GS건설ㆍ호반건설 등 6개사에게도 집객효과를 높일 수 있도록 신도시 내 산업용지를 모델하우스 부지로 빌려준 상태다.
진희정 기자 hj_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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